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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19. 2022

바르게 살자



뭐 특별한 것지만 그래도 신경 쓰였던 나부랭이 소설 쓰기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옆 동네에 있는 산엘 올랐다.


부잣동네라 그런지 산 초입에 있는  공원에 큼지막한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주차를 시키고 가벼운 마음으로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공원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돌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모자를 바로 쓰고 옷깃을 한번  여미게 되었다.



바르게 살자


! 산에 오르는 공원 초입에 왜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을까?


바르게 살지 않는 사람은 자격이 없으니 산에도 오지 말라는 걸까? 지금까지는 삐뚜루 살았어도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살라는 걸까? 사람들이 산에 쓰레기를 하도 버려 자신의 쓰레기는 알아서 가져가라는 경고의 메시지일까?


편한 마음으로 머리를 식히러 옆동네까지 왔는데 뜻하지 않게 시작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 집 근처 하천변만 어슬렁어슬렁 거닐다 그래도 600 고지가 넘는 산을 모처럼 만에 오르려니, 헥헥 숨이 가쁘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데 지쳐 좀 전까지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바르게 살자'는 그만 까맣게 잊고 말았다.


숨 가쁜 고개를 오르고 나니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호젓한 길이 마중을 나왔고, 그 길을 걸으면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 마시 ', 잘 왔네!'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의 수심이 3m가 넘는 폭포도 , 별칭이 돌산답게 위쪽에서 굴러 내린 돌무더기도 구경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중 다다르게 된 집 한 채! 이런 산중에 웬 집?



애국지사 강근호!


오래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애국지사께서 바로 이웃 동네에 계셨던 것이다.


그래 그래서 공원 초입에 '바르게 살자'가 있었구나! 비로소 그 글귀가 왜 거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우리 주변 곳곳에 남아있는 애국지사들의 자취.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숨 쉬며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래 지금부터라도 바르게 살자!




산 정상까지 오르기엔 내 체력에 무리라고 일찌감치 판단한 나는, 8부 능선쯤에 있는 억새밭까지만 오르기로 결정하고 이정표를 확인하였다.



6백 미터쯤이야 가볍지! 하지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풍광을 즐기며 오르자고요.



그리고 나타난 산 아래 풍경! 저 멀리 우뚝 솟은 해운대 LCT가 보이고, 푸른 바다 위로 하얀 구름이 동동 그리고 푸른 가을 하늘...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하며 한숨 돌리고 나서 다시 억새밭을 향하여 고고씽! 서서히 숨이 찰 무렵 드디어 억새밭에 도착.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과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과의 조화. 역시 한국의 가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하산하고 내려오는 길에 '바르게 살자'  뒷면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띄였다. ! 아까는 왜 저걸 못 봤을까?



바르게 살자,

바르게 살면 미래가 보인다


그랬다. 그 표석은 바로 바르게살기운동 시민단체에서 세운 것이었던 것이다.



그냥 가볍게 머리 식히러 산에 왔으면서 뭐가 그리 바쁘다고 앞만 보고 갔더란 말인가! 그때 바로 뒷면을 확인했더라면 쓸데없이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며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됐을 것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나의 마음엔 여유란 게 없구나!




오늘의 교훈.


앞만 보고 걷지 말고 때로는 뒤를 돌아보자! 모는 사물은 한 면만 있는 아니다.


인생도 바쁘게 앞만 보고 살지 말자! 가끔씩 멈춰 서서 되돌아보면, 마음을 짓누르던 고민거리도, 견디기 힘들었던 아픔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저절로 사그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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