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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24. 2022

마음이 어지러울 때


가끔 마음이 어지러울 때 산사(山寺)를 찾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불심(佛心)이 깊지도 못하고 절을 자주 찾는 것도 아니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과 부처님의 은은한 미소를 마주하고 나면 머릿속에 꽉 찼던 온갖 잡념과 망상이 사그라들고 한결 맑아지는 걸 느낀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한 사람이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자라 하고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그걸 종교라고 한다' 하였는데.. 그래도 나같이 우매한 중생(衆生)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 절을 찾으면 왠지 모를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는데 어쩌랴..!


불교에서는 일반 중생의 삶을 '탐(貪)' '진(嗔)' '치()''3독(毒)'에 속박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삶이라고 한다.

탐은 '탐욕' '욕심'을.. 진은 '분노' '화냄'을..  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데.. 우리네 일상을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마음을 먹고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탐하는 물욕과 소유욕.. 그리고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흥분하여 화를 내거나 거친 말을 하고.. 어리석은 판단과 행동으로 후회할 짓을 하며 사는 게 일상 다반사이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이내 비슷한 상황이 되면 비슷한 잘못을 또 저지르고 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것만 해결되면 정말 살만하겠는데..' 하는 걱정거리를 한두 개씩은 지니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걱정거리가 해결되고 나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또 다른 걱정거리가 꼭 생긴다.

그런  평범한 인간삶인 것이다.




얼마 전 지난 2년간 아내와 함께 해오던 자영업을 접었다.


수십 년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살다가 막상 퇴직하게 되자.. 뭐가 그리 급한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조그만 가게를 서둘러 열게 되었다.

이른바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상은 기대했던 것만큼 오르지 않았지만.. 애초에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도 없었고 그럴 정도로 투자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부담 없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늘 맘 편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자영업이라는 게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손님 중에는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정말 가끔씩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안하무인 격으로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진상'을 만날 때면 가게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마음 상하고 내 입도 점차 거칠어졌다.

손님 앞에서는 최대한 절제를 하고 참아야 했지만 손님이 가고 나면 참고 참았던 쌍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그나마 대다수의 좋은 이웃들 덕분에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내의 건강도 나빠져 겸사겸사 2년간의 계약기간을 채우고 가게를 정리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지난 2년 간이 탐.진.치 3독에 극심하게 시달렸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정든 이웃들에게 크림치즈파운드케익을 만들어 하나씩 돌렸다




불교에 '아상(我相)내려놓는다' 말이 있다.

아상은 '나'와 '나의 것'에 대한 집착과 아집을 의미하는데.. '내가 누군데..' 하는 우월의식과 '너와 근본이 달라..' 하는 차별의식에서 출발한다.


산사(山寺)를 찾으면 산을 오르는 길에 보통 개울 하나 정도는 건너야 하는데.. 그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하마교(下馬橋)'라고 한다.

즉 여기서부터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가라는 으로.. 이제부터는 속세의 부귀와 권세를 모두 내려놓은 똑같은 중생이라는 의미이다.


살면서 '나'와 '나의 것'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어차피 죽으면 재물은 고사하고 나를 감싼 옷 한 벌 심지어 나의 육신 조차도 가져가지 못하고 스러져 버리는 게 인생이지만..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그 집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잘못하고.. 후회하고.. 또 잘못을 저지르는...




오늘도 어지러운 마음을 안고 산사(山寺)를 찾는다.

저 멀리 부처님의 그윽한 미소가 보이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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