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가 밀가루 반죽 속에서 숨 쉬며 왕성한 활동을벌여.. 반죽 속에 가스가 차고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차 발효를 하고.. 반죽 분할 후 중간 발효를 하고.. 빵 모양으로 성형한 후 2차 발효를 한다.
총 발효 시간만 2시간쯤 소요되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빵 특유의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가 없다.
오븐에서 빵을 구울 때는 무엇보다도 지켜보는 정성이 필요하다.
특히 홈베이킹의 열악한 설비로는 잠시 한눈을 팔세라면 여지없이 빵을 까맣게 태우고 만다.
뭐니뭐니 해도 너무 어둡지 않은 진갈색의 표피가 빵의 생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하는 색상과 모양과 맛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 그 희열감.. 그것이굳이 집에서 빵을 만드는 이유다.
집 앞 하천변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별일 없으면 저녁 무렵 한 시간 정도 운동삼아 걷는데.. 화단에 핀 꽃들도 구경하고 시원한 바람도 쐬고 이런저런 사람들이며 따라 나온 강아지들 종종거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천에는 물고기들도 많은데 만조 때 바닷물이 밀고 올라오는 시간에는 팔뚝만 한 놈들이 공중으로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고기가 많다 보니 이를 먹이로 삼는 왜가리들도 자주 보이는데.. 꼼짝도 않고 서서 물속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그놈들의 기다림은 '생존'을 위함이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많은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대학입시시험을 보고 발표를 기다릴 때의 초조함..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통지를 기다릴 때의 간절함.. 약속 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릴 때의 설렘.. 아내가 분만실로 들어가고 출산을 기다릴 때의 떨림.. 아파트 분양신청을 하고 당첨을 기다리며 천지신명께 올렸던기도.. 연말 인사 발표 시 혹시나 하는 기대감과 발표 후 역시나 하던 실망감...
그러다 어느새 육십이 되었다.
이제는 어떤 기다림보다 하루하루가 별일 없이 무고함에 감사하는 날들이다.
기다림 끝에 소금빵이 다 되었다.
날이 더워 잘라놓은 버터가 녹아내리는 바람에 빠르게 대충대충 성형을 해서 모양은 중구난방이지만 그나마 구움색은 잘 나온 것 같다.
따끈한 빵과 이열치열로 뜨거운 드립커피를 내려 함께 먹는다.
입안에 퍼지는 버터의 고소함과 소금의 짭조롬한 맛.. 그리고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