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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Aug 29. 2022

생일선물 '행복'

그 남자의 책 이야기



책꽂이에서 우연히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하였다.


15년 전쯤 딸이 내 생일에 선물한 스펜서 존슨의 '행복'이라는 책이다. 내지엔 '생신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는 딸의 손글씨가 쓰여있다.


딸은 하필 왜 '행복'이라는 책을 그때 내 생일선물로 준비했을까? 그때의 아빠 모습이 행복과는 전혀 거리가 멀게 보였던 것일까?




하기야 그때는 정신없이 회사를 다녔었다. 젊은 사장님새로 회사에 들어와 구태한 틀을 새롭게 뜯어고친다고 경영쇄신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연일 바쁘게 직원들을 독려하였다. 구태한 틀에 익숙해져 있던 직원들은 '그런다고 뭐가 바뀔까?' 반신반의 하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기의 나는 수시로 사장님의 호출직접 받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히 긴장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딸에게도 비쳤 것이, 어쩌면 너무 일만 쫒는 아빠여유를 갖고 행복했으면 하고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나는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딸이 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냥 대충 목차만 보고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신설되는 베트남 해외공장으로 발령을 받아, 3년 반 동안이나 가족과 떨어져 낯선 이국땅에서의 어렵고 힘든 나날을 이어가야 했다. 만일 그때 딸이 준 책을 정독했더라면 그곳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수월하고 훨씬 더 보람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돈을 많이 번 사업가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회사에 입사하여 매일매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승리하고 승승장구한 샐러리맨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까?


스펜서 존슨은 '행복'이란 책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먼저 자기 자신소중하게 여기라고 한다.


앞만 보고 진하지 말고 가끔씩 멈춰서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여 나를 위한 최선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어떻게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찾아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라고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들고 그만큼 더 행복해진다. 더불어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치게 된다. 역설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신을 전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 화가 결국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번째 상대방이 자기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스스로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만족할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즉, 나 자신도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내 삶의 균형을 찾는데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로는 모두 함께 행복하기인데, 내가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상대방이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을 때 비로소 서로 멋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마침내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것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고 찾기 어려운데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나' '너' '우리'라는 기본적인 관계 속에서 균형을 회복하고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딸로부터 '행복'을 선물 받고 15년쯤 지난 올해 내 생일날 아들과 딸 내외가 나를 위해 준비했다며 건네는 보약상자를 받았다.


안 그래도 기력이 딸리던 차에.. '이게 웬 !' 하며 반갑게 보약상자받아 들었는데, 웬걸? 너무 가벼운 것이었다. 렇게 생각과 다른 무게감에 실망하며 상자를 열어보니 한약 봉지 안에 들어있어야 할 검은색 액체는 보이지 않고 종이 쪼가리만 들어 있는  아닌가!


이게 무슨 보약이? 하고 바닥에 한약을 와르르 쏟아보니 봉지마다 들어있는 건 뜻하지 않게 곱게 접은 5만 원권 지폐였다. 아하~ 나이 들면 돈이 보약이로구! 맙다~ 얘들아!!


살다 보면 그래도 가끔씩은 돈이 행복일 때도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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