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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r 23. 2021

배 아프다 눈물 나다 배고프다

2021.3.23.(화)_결국인 원초적인 동물

- 아침부터 배아픔. 요즘은 배 안 아픈 날이 없는 것 같다. 밀린 일을 빨리 마무리하면 될 텐데 이놈의 미루기 대마왕 성격 때문에 더 배 아프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 꿈 작업조차도, 어찌나 미루어대는지 이게 혹시 요즘 꼬박꼬박 잘 먹는 약 때문인가 핑계를 대본다.



- 점심때 전복돌솥밥을 먹으러 갔다. 구제주에 꽤 유명한 집인데 예전에 한번 확진자가 나와서인지 엄청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강요했다. 안 그래도 잘 지키는 이인데도 괜히 먹으면서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결국 배는 더 가스가 찼다. 전복은 맛있었는데 아숩... 담에 한가질 때 한번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진짜 맛있었는데...T.T


- 이번 주 금요일에 작은 도서관에서 열리는 북 토크 사전 인터뷰가 오늘 있었다. 달리도서관이라고 제주에 작은 도서관이지만 커리큘럼이 엄청 알차고 관장님과 지기님들의 열정이 공공도서관에 비할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니 정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진행자이신 수달(수요일 달리지기)님과 함께한 1시간 반 동안의 사전 인터뷰는 내가 너무나 애정 하는 카페 노형동에 "에스프레소 라운지"에서 했다. 우선 새로운 곳에 가면 긴장되고 불안증상이 심해서 내가 편안한 곳으로 정했다. 수달님은 처음 뵈었는데 어찌나 편안하던지... 처음 뵙는 분께 나만의 비밀 2가지를 언뜻 흘려버렸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홀리시는 마력이... 암튼 이번 주 금요일의 강연이 성황리는 아니지만 진정성 있게 독자분들께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저 사진은 월정리에서 찍은건데 요기조기 잘도 써먹는다.



- 요즘은 블로그보다 인스타보다 브런치에 쓰는 일기가 재미있다. 아무도 안 볼 거라는(사실 아주 몇 분이 라이킷을 눌러주신다. 남편 포함) 사실 때문인가? 아니면 팔로워가 떨어져 나갈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없어서인가? 현재 인친들이 싫어하거나 실망할 이야기인가 생각하지 않아도 돼서? 나의 개인정보를 조금은 까발려도 괜찮을 만큼 내 브런치가 인기 없어서? 무엇이 되었든 숙변을 조금씩 덜어내는 이 작업이 좋다. 언젠가 이 것이 나를 살릴 일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도 요 두놈 덕분에 책도 쓰고, 감사함

  


- 퇴근길, 양 옆에 벚꽃나무가 터널을 만들며 저 멀리 노을이 지는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살아도 되는 거냐. 그 정도로 내가 잘 살았느냐. 그저 감사했다. 이게 바로 그 '자연의 힘'이란 말이냐?!

사진은 1억조분의 1도 그 느낌을 못 담는구나.


- 엄마, 학교에서 선생님이 '모두들 부모님이 게임이나 유튜브 못하게 하시죠?'그러니까 친구들이 '네, 저는 하루에 1시간 10분밖에 못해요.'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아니요, 저희 엄마는 제가 게임하는 거 좋아하세요.' 이랬는데 선생님이 반응이 없어서 나는 점점 쥐 죽은 듯 목소리가 줄어들었어. 나랑 남편은 그 모습이 웃기고 당황스러워서 킥킥거렸다. 게임을 더 잘할 수 있게 스탠드를 사주고, 눈 나빠질까 봐 블루베리를 먹이고, 내 핸드폰으로 게임한다 하면 특별한 일 없는 한 선뜻 내어주고,    주말에는 24시간 하는 것 같아 1시간에 한 번씩 눈 쉬라고 누워서 안아주는 우리(사실 엄마만_아빠는 그리 게임 찬성 입장은 아닌 듯)를 누가 보면 미쳤다 할 거다. 난 책이든 게임이든 음식이든 중독된 사람이 좋다. 그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것조차 지지해준다면.

넌 그리 살아 나도 이리 살께. 너답게 나답게.


- 내일은 덜 배 아픈 날이 되기를...

눈 좀 무섭지만 그래도 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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