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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Sep 14. 2021

난 너의 수호천사라 하고

자칭 노예라고 일컫는다

2021.9.14.(화)

아침부터 제주도는 비가 어마장장하게 왔다.

바람도 심하고 우산을 써도 온몸이 젖을 정도였다. 제주도는 희한하게 비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360도 회전하며 내린다.

도로가 파인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운동화는 몇 발자국만 디디면 금방 젖어버렸다.


딸아이가 아빠와 등교하러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장화를 찾았다. 170 사이즈의 장화가 덩그러니 있었는데 아이의 발은 벌써 190이 넘었다.


"오늘은 우선 학교 가고 나중에 장화 사러 가자"라고 말했더니 아주 살짝 실망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런 아주 작은 표정과 말투에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_어쩔 때는 지나치게 그것을 느끼는 예민한 사람이다.(아마 그래서 불안증상이 온 것이 아닐까 예측 중)


태풍은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온다는데 비가 지겹게도 하루 종일 내렸다. 직장에 와서도 오전 내내 딸아이의 표정이 머릿속에 남았다. 얼른 당근 마켓에서 "장화"를 검색했다. 다행히 사이즈 200인 남색장화가 5천 원에 올라온 것을 찾았다. 점심에 찾으러 가기로 했다.

오늘은 야근이 있어 점심에는 가지러 가야 내일 아침에 딸아이가 장화를 신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서둘렀다. 10분 만에 점심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고 중고 장화를 겟한 뒤 집으로 가서(직장이랑 매우 가까운 거리라) 구해온 장화와 원래 집에 있던 우비(무려 4년 전에 벼룩시장에서 구매해놓은 것_당시 너무 큰 것을 샀다;;)를 현관에 꺼내놓았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딸바보인가 보다...


오늘 5천원에 구입한 장화와 4년 전 5천원 정도에 구입한 우비



그녀는 너무나 솔직하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난 좋다

근데 너 예전에는 핑크색만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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