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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y 20. 2022

새털 같은 나날들을 기록해보자

아직 반이나 남았으니

2022.5.20.(금)


글 스테이 3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

아침 산책 중 떠올랐던 잔상들을 기록해본다.




1. 오늘 아침 싸이월드의 복구된 사진첩을 보며 아팠지만 아련한 그때의 기억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기에.

그때 죽도록 힘들었기에 지금의 내가 참 평화스러움을 느낄 정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싸이월드 활동 당시의 남자 친구가 지금의 남편이라 괜한 추억에 빠질 시간낭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2. 어제에 이어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글 스테이 주변을 느리게 산책했다. 산책의 목적지는 당근이, 당순이, 당칠이 세 마리의 제주 전통 조랑말이 있는 곳.

말도 누워서 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대신 아주 안정적이고 긴장을 풀었을 때만), 말의 거시기를 42살에 처음 본 나는 왜 말XX(말의 성기를 지칭하는 다른 용어는 없을까? 한창을 고민해본다.)란 말이 놀림의 대상이 되는지 알았다.(브런치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데 이런 내용의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살면서 몰랐던 것들을 더욱 많이 알고 보고 싶어졌다.

작가님보다 열 살이나 많다는 지인분이 "눈이 밝을 때 읽고 싶은 책 많이 읽어."라는 말도 마음에 꼭꼭 새겼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먹고

많이 자고

많이 많이.^^




  

3. 산책 가는 길에 왜 그리 지렁이가 많은지 처음에는 징그럽다가 나중에는 안쓰러워졌다.

말라 비틀어 죽은 것부터, 열심히 지금도 기어가고 있는 것, 차바퀴에 눌려진 것 크기도 다양했다.

마치 사람의 일생 같기도 했는데 순간 내가 저 지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수풀 속 보드라운 땅에 안전하게 꼬물거리고 살면 될 것을 무엇을 찾기 위해 너비 3미터는 넘는 거친 아스팔트 길을  건너가는 것일까. 거기다 방향은 제대로 최단거리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간에 쌩쌩한 한놈을 나뭇가지로 옮겨줄까 오지랖이 들었지만, 그도 그의 인생에서 그만의 속도대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 무심히 지나쳤다.

제발 안 밟히고 안 마르고 무사히 지렁이가 원하는 그곳에 가길 바라는 수밖에.


 



4. 아는 언니가 글 스테이에서 찍은 내 사진을 보고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예뻐졌다고 했다.

밥 안 하고, 청소 안 하고, 잔소리 안 하고, 글만 쓰고, 책만 읽으니 그런 것 같다 했다.

산책을 하면서 나도 산 좋아하는구나, 나도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요즘 추앙받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창희가 운전할 때 다정해진다고 혼자 있으니까 되게 다정하고 차분해진다고 했던 말이 내게도 적용된다.


나 원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좋아하는 것들 많이 해야,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그런 것도 보이는 거구나.


나의 해방스테이, 안녕. 또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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