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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Sep 23. 2022

백합을 들고 칼리 할매 문병을 다녀왔다

-  칼리 할머닌 호주 스타일 • 6


2022. 9. 22. 목. 두시.


수요일 저녁에 칼리 할머니의 남편 릭이 메일을 보내왔다.



목요일 오후  , 칼리와 나의 약속 때문이었다. 칼리가 어제 퇴원을 했는데 태는 양호하나 피곤해다고. 그러 그녀가 우리 집에 올 수는 없으나 내가 그녀를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안 그래도 칼리의 안부가 궁금했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5일간 입원했가 퇴원을 다니 기쁘다며, 내일 두 시에 가겠다는 답메일을 보냈. 



난 먼저 칼리에게 전해 줄 폼폼과 모자를 챙겼다 어제  '블랭킷 디스'  친절한 할매, 제인한테 기계로 폼폼 만드는 요령을 한 번 배웠는데, 만들기도 단하고 모양도 깜찍하게 나와서 놀라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기 K마트에 들러서 $3.75 (약 3500원)을 주고 그녀와 똑같은 기계를 샀다.



집에 와서 유튜브 따라 빨강 폼폼 두 개를 금방 만들었다. 의 목요반 학생, 리 할매가 뜬 비니 모자에 달아줄 거다. 전에는 직 6cm로 마분지를 른 후 털실을 100번 감 하느라  번거웠는데, 만들기 훨쉽고 더 연스러운 폼폼으로 나온다. 렴하면서도 성능 백배인 요 깜찍한 계가 해내 정이 신기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3500원의 행복, 엄청나다.


이번 주 거의 절반은 내가 완성한 칼리의 모자와 기계로 만든 폼폼 두 개.
수요일 날 산 3500원짜리, 폼폼 메이커. 난 이 중 세번째 크기로 빨강 폼폼 두 개를 만들었다.


목요일 오후 두 시의 칼리네 차고 문은, 비가 내리는 오늘도 활짝 열려있다.



난 도마뱀 들어올까 봐 5분도 못 열어 놓는데 할배네는 차고  열어두는 게 취미 듯하다.

오늘도 릭 할배는 우리의 타운 하우스 공동 게이트에서 바닥 물청소를 하고 다. 아까 꽃 사러 가면서 서로 하이, 땡큐 했으니 할배는 거기 계신다. 지금도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물청소를 하고 있을 게다. 덕분에 우리 열두 가구 모두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니, 릭 할아버지께 난 늘 감사함을 느낀다.  과 칼리네, 그 댁을 떠올리면 집안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푸근함으로 마음 해진다.



한 번은, 풍우가 지나간 어느 날 이른 아침 공동 게이트가 안 열서, 출근하던 내 딸이 차를 못 빼서 택시를 부르고 난리를 친 이야기를 릭한테 했다. 릭은 게이트 선로 앞으로 부는 비바람에 나뭇잎이 많이 날아와서 그랬을 거라며, 그날 바로 게이트 옆에다 빗자루를 달아놓아서 가슴 찡한 적도 있다. 릭은 수동으로 게이트 여는 방법 가르쳐 주다.



릭 할아버지가 공동 게이트 옆에 달아놓은 빗자루, 그리고 게이트 안에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초록색 박스가 있다.


난 칼리, 칼리, 하고 서너 번 부르며 차고를 통과하여 칼리네 거실로 들어갔다.



칼리는 침실에 있다며 그리로 들어오라 한다. 대 머리맡 양쪽으로 커다란 그림이 배치된 칼리네 침실은 호텔방 같으면서,  아늑한 분위기다. 닐라 색 침구로 정돈된 침대 위 정물처럼 누운 칼리, 나보고 그 옆에 앉으란다.

할매는 배가 쓰라리다고 어린 소녀같이 아픈 기색을 하신다. 나를 보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걷어 보이신다. 녀 하얀  위에는 정사각형의 위치로 네 군데의 반창고가 꽤 크게 붙어 있었다. 나는 비교적 빠르게, 슬며시 이불을 다시 덮어드렸다. 나도 가슴이 렸다.



할머니는 지난주부터 속에서 산이 올라와 트림이 심해서 병원에 가셨는데 배 안에 양이 발견되어서 조직검사를 받신 거다. 5일간 입원하여 할머니 몸상태의 수술 준비를 거친 후, 제는 배꼽 위의 배 네 군데를 뚫어 조직을 떼어냈으니 지금 얼마나 쓰라리실까. 난 반창고 크기만 봐도 짐작이 되었다. 다음 주 금요일 날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할머닌 내가 들고 간 백합 봉오리가 한 송이, 두 송이, 차례대로 꽃이 되어 활짝 활짝 피어나는 습을 다며, 그리  중에도 활짝 활짝 웃 모습을 보 주었다. 만들어 간 빨강 폼폼 두 개도 모자와 색상도 밝게 잘 어울린다며 엄청 좋아다.



할머니 개인 건강보험을 들었으니 1인실에 입원했었다. 다른 건 친절하고 다 좋았지만 음식이 테~러블, 엉망이었단다. 음식이 뭐였냐고 물었더니 요거트, 푸룻, 요거트, 푸룻... 의 연속이었다며 깔깔 웃서, 나는 혹시 할매 배가  봐, 만 웃으라고 조심스럽게 손짓을 하였다. 래도 우린 웃을 만큼 웃었다. 그게 우리.



내가 할매 침대에 앉아서 폼폼 두 개를 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동안 30분의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이 와중에도 할매는 지난주 배워  꽃 만들기 숙제더 이상 진전이 안되고 그대로 있다고 염려하신다. 마음가짐이 실한 나의 학생답다. 내가 신경 쓰지 말라며, 기꺼이 용서해줄 수 있다고 , 리가 나보고 굳 티쳐라고 하면서 우린 또 한바탕 더 웃고 오늘은 여기서 바이 바이 했다.



노란 우산을 들고 우리 집으로 건너오면서
난 소녀 같은 칼리의 건강을 진심으로 빌었다. 월요일 날은 나의 학생 그녀를 위해 닭백숙을 푹~, 고아봐야겠다.

나의 소중한 이웃이자 성실한 학생이기도 한 그녀가 영양보충을 잘해서 거뜬히, 벌떡, 일어나야 하니까.

출처 ; bloomeroo.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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