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두시,칼리와 나의 약속 때문이었다. 칼리가 어제 퇴원을 했는데 상태는 양호하나 피곤해한다고. 그러니 그녀가 우리 집에 올 수는 없으나 내가 그녀를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난 안 그래도 칼리의 안부가 궁금했는데 지난주 금요일부터 5일간 입원했던 그녀가 퇴원을 했다니 기쁘다며, 내일 두 시에 가겠다는 답메일을 보냈다.
난 먼저 칼리에게 전해 줄 폼폼과 모자를 챙겼다 어제 간'블랭킷 버디스' 반의 친절한 할매, 제인한테 기계로 폼폼 만드는 요령을한 번 배웠는데, 만들기도 간단하고 모양도 깜찍하게 나와서 놀라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기 K마트에 들러서 $3.75 (약 3500원)을 주고 그녀와 똑같은 기계를 샀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따라 빨강 폼폼 두 개를 금방 만들었다. 나의 목요반 학생, 칼리 할매가 뜬 비니 모자에 달아줄 거다. 이전에는 직접 6cm로 마분지를 자른 후 털실을 100번 감고하느라 좀번거로웠는데,이건 만들기도 훨씬 쉽고 더 자연스러운 폼폼으로 나온다. 저렴하면서도 성능 백배인 요 깜찍한 기계가 해내는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3500원의 행복, 엄청나다.
이번 주 거의 절반은 내가 완성한 칼리의 모자와 기계로 만든 폼폼 두 개.
수요일 날 산 3500원짜리, 폼폼 메이커. 난 이 중 세번째 크기로 빨강 폼폼 두 개를 만들었다.
목요일 오후 두 시의 칼리네 차고 문은, 비가 내리는 오늘도 활짝 열려있다.
난 도마뱀 들어올까 봐 5분도 못 열어 놓는데 릭 할배네는 차고 문을 열어두는 게 취미인듯하다.
오늘도 릭 할배는 우리의 타운 하우스 공동 게이트에서 바닥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까 꽃 사러 가면서 서로 하이, 땡큐 했으니 할배는 거기 계신다. 지금도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물청소를 하고 있을 게다. 덕분에 우리 열두 가구 모두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니, 릭 할아버지께 난 늘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릭과 칼리네, 그 댁을 떠올리면 집안 할머니, 할아버지네처럼 푸근함으로마음 그득해진다.
한 번은, 폭풍우가 지나간 어느 날 이른 아침에 공동 게이트가 안 열려서, 출근하던 내 딸이 차를 못 빼서 택시를 부르고 난리를 친 이야기를 릭한테 했다. 릭은 게이트의 선로 앞으로 부는 비바람에 나뭇잎이 많이 날아와서 그랬을 거라며, 그날 바로 게이트 옆에다 큰 빗자루를 달아놓아서 가슴 찡한 적도 있다. 릭은 수동으로 게이트 여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릭 할아버지가 공동 게이트 옆에 달아놓은 빗자루, 그리고 게이트 안에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초록색 박스가 있다.
난 칼리, 칼리, 하고 서너 번 부르며 차고를 통과하여 칼리네 거실로 들어갔다.
칼리는 침실에 있다며 그리로 들어오라 한다. 침대 머리맡 양쪽으로커다란 그림이 배치된칼리네 침실은 호텔방 같으면서도, 좀더아늑한 분위기다. 바닐라 색 침구로 정돈된 침대 위에 정물처럼 누운 칼리, 나보고 그 옆에 앉으란다.
할매는 배가 쓰라리다고 어린 소녀같이 아픈 기색을 하신다. 나를 보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걷어 보이신다. 그녀 하얀 배 위에는 정사각형의 위치로 네 군데의 반창고가 꽤 크게 붙어 있었다. 나는 비교적 빠르게, 슬며시 이불을 다시 덮어드렸다.나도 가슴이 쓰라렸다.
할머니는 지난주부터 속에서 산이 올라와 트림이 심해서 병원에 가셨는데 배 안에 종양이발견되어서 조직검사를 받으신 거다. 5일간 입원하여 할머니 몸상태의 수술 준비를 거친 후, 어제는 배꼽 위의 배 네 군데를 뚫어조직을 떼어냈으니 지금 얼마나 쓰라리실까. 난 반창고 크기만 봐도 짐작이 되었다. 다음 주 금요일 날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칼리할머닌 내가 들고 간 백합봉오리가 한 송이, 두 송이, 차례대로 꽃이 되어 활짝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사랑한다며, 그리 아픈 중임에도 활짝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만들어 간 빨강 폼폼 두 개도 모자와 색상도 밝게 잘 어울린다며 엄청 좋아한다.
할머니는 개인 건강보험을 들었으니 1인실에 입원했었다. 다른 건 친절하고 다 좋았지만 음식이 테~러블, 엉망이었단다. 음식이 뭐였냐고 물었더니 요거트, 푸룻, 요거트, 푸룻... 의 연속이었다며 깔깔 웃어서, 나는 혹시 할매 배가 땡길까 봐, 그만 웃으시라고 조심스럽게 손짓을 하였다. 그래도 우린 웃을 만큼 웃었다.그게 우리다.
내가 할매 침대에 앉아서 폼폼 두 개를 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동안 30분의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이 와중에도 할매는 지난주 배워간 꽃 만들기 숙제는 더 이상 진전이 안되고 그대로 있다고 염려하신다.마음가짐이 성실한 나의학생답다. 내가신경 쓰지 말라며, 기꺼이 용서해줄 수 있다고 했고, 칼리가 나보고 굳 티쳐라고 하면서 우린 또 한바탕 더 웃고 오늘은 여기서 바이 바이 했다.
노란 우산을 들고 우리 집으로 건너오면서 난 소녀 같은 칼리의 건강을 진심으로 빌었다. 월요일 날은 나의 학생 그녀를 위해 닭백숙을 푹~, 고아봐야겠다.
나의 소중한 이웃이자 성실한 학생이기도 한 그녀가 영양보충을 잘해서 거뜬히, 벌떡, 일어나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