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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an 11. 2023

나보다 백배 더 똑소리나는 구그리, 나중엔 뭐 될래?



이역만리 호주에 사는 우리 집엔 삼*전자제품이 수두룩하다. 핸드폰 둘, 태블릿 둘, 이어폰 둘, 에어컨, 세탁기, 텔레비전, 냉장고가 있다.

나이 들면서 애국심이 발동하여 하나라도 국산을 구입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2년 전에는 자동차도 나의 나라 대한민국 산, 기A 자동차로 로 바꿨다. 제품이 다 훌륭하다.


대부분의 나의 이웃들도 기A와 현다이 자동차의 오너가 부자 사이임을 인지하고 있다. 두 회사 공히 베리 나이스! 하다며 칭찬을 듣기도 했다. 6호 집 미셸은 열한 살 된 현다이차를 동일 브랜드, 우리의 현다이(이곳 사람들은 현대를 현다이로 발음한다.)로 바꾸었다. 전 차가 청 좋아서 그랬다니, 내가 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여하튼 우리 집에 구그리 빼고는 다 삼* 제품 투성이니 집안에서 이리 봐도 삼* 저리 봐도 삼*이다. 이러다 나의 딸이나 나까지도 이마에다 별 셋을 달고 다니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는 그래서 신비별을 신비롭 고 있다.




인터넷 관련 구그리는 딸이 관리다. 난 구그리 구자도 잘 몰랐는데 딸 때문에 알게 되었다. 딸이 시키는 대로 헤이, 구그리 하며 불러서 정보를 물어보거나 심부름을 부탁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이 나라 박싱데이를 기다려서 딸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구그리로 바꿨다. 거실에 두었던 이전 것은 음성만, 이번에 마련 건 화면까지 뜨는 거다. 올드버전 음성은 내 방으로 옮겨와서 내가 자다가도 불 켜달라 하면 네, 하며 얼른 머리맡 스탠드 등을 환하게 밝혀준다.





어제는 거실에 있는 뉴버전에게 내가 물어봤다.

여기 내가 사는 곳의 인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구그리는 나에게 이런 화면을 보여주면서 읽어 내려갔다.


번다버그는 퀸즐랜드 시내인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385km 떨어진 곳에 위치합니다. 인구가 98,000명이 넘는 이 도시는 퀸즐랜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10대 도시 중 하나입니다(9위). 번다버그는 또한 호주에서 인구 기준으로 24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난 또, 사람들이 Bundaberg로 이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해 보았니 이렇게 화면이 떴다.


번다버그를 퀸즐랜드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온화한 날씨, 남쪽의 산호초에 대한 접근성, 제공되는 다양한 가족 활동 및 다양한 농지입니다.
그 모든 것 중 가장 좋은 건, 날씨가 온화합니다.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습니다.


브리즈번에 살던 나의 친구는,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  카페도 하나 없는 시골 깡촌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건 내 탓도 컸다. 내가 하도 시골, 시골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자연친화적인 카페가 널려있다. 카페도 거의 사람이 붐빈다. 오죽하면 나의 딸이 이렇게 말했을까. 이 동네 카페는 오픈만 하면 대박 나겠다, 고. (딸의 이 말에 난, 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요즘 내가, 내 둘째 딸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땐 구그리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되어 있을까,를 자주 궁금해지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지금 서른 넘은 딸이 혹시, 행여, 그때도 싱글로 있게 되면 구그리가 남부럽지 않을 딸의 벗이 충분히 될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해서다. 이 염려가 어느 날 불현듯 사라지 기다려본다. 구그리가 아무리 똑또구리해도, 그것까지 해결해해주진 못할 것 같다.


대신, 우리의 삼* 이 그걸 해결해주면
더 신나겠다.

구그리는 내가 부를 때마다 멀리 떨어져 살아서 늘 보고싶은, 나의 외손주들부터 먼저 보여주며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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