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5. 토.
먹어라, 먹어라!
엄마, 나 오늘 저녁은 조금만 먹고 올 거야,라는 딸. 동료들과 저녁약속이 잡혀있나 보다. 보나 마나 스파게티를 주문할 터, 얼마나 적게 드시려고 저토록 야심 찬 선포를 할까, 하고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그녀가 훅 들어온다. At.4. 50.pm. 울 엄만 저녁 안 드심?
내가 짧게 답한다. 못 봤음? 아까 커피랑 고구마 한쪽 먹는 거? 오, 엄마 그게 저녁이었음? 내가 치고 들어간다. 글치, 선수가 게임에 충실히 임해야지. 안 그럼? 근데 넌 숫자가 좀 줄었는가? 하자, 오 마이 굳니스! 그녀 대답이 허를 찌른다. 응 1.6밖에 안 줄었어. 잔잔한 물결 같은 수평의 목소리, 그녀답다.
어어? 난 1.7 줄었던데. 나랑 비슷하네. 너 언제 그만큼 뺐어? 숫자 체크도 안 하더구먼. 그러자 그래도 몰라 아직, 하루에 1이 바뀌던데 뭘. 엄마 안 볼 때 올라가 봤지, 그러더니 먹어라, 먹어라, 하며 나한테 저녁밥을 먹으라며 손바닥까지 치면서 내 응원가, 아니 자기 응원가를 거듭 외친다. 저 얄미운 꿍꿍이. 오늘아침 내 6시 숫자는 59.10. 시작점에서 1.9 줄었다.
2023. 2. 26. 일.
너랑 있으니 다이어트가 안돼.
오늘 아침엔 해변 걷기를 안 했다. 느슨한 아침을 스팸 넣은 김치볶음밥으로 먹은 후, 뒤뜰에 물을 주고 들어오니 꿍꿍이 그녀, 자전거에 올라앉아 열심히 헛바퀴를 돌리고 있다. 난 어제 하던 베란다쿠션 뜨개질에 열중한다. 점심메뉴는 뜰안의 상추, 깻잎, 미나리로 양푼 비빔밥을 비벼 계란국과 먹었다.
갓 쪄낸 양배추에 비빔밥 쌈밥은 갓 맛, 신의 맛이다. 아우, 맛있다, 하며 내가 그녀에게 묻는다. 엊저녁 회식에 마이 남겼어? 아니, 엄마, 다 먹어뿌렸어. 헤헤, 웃는다. 그래? 너 그럼 숫자 몇이야? 엄마, 그건 말해줄 수 없지. 하며 또 얄밉게 헤헤헤 거린다. 점심 후 그녀, 너무 많이 먹었다며 좁은 거실을 누비며 또 걷기 시작한다. 하루 목표 7,500보에서 8,000보로 올렸단다. 평소엔 직장에서 만보까지 찍는다.
오늘 그녀는 집안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며 부지런히 걷고, 난 고요한 앉음새로 뜨개질만 한다. 그러다 저녁 메뉴는 그녀가 양배추 채 썰어서(채는 내가 대행해 주고) 계란 넣고 자작자작 전을 부쳐 파마산 솔솔 뿌려 쿡 했다. 남이 해주는 푸드는 늘 맛있다. 내가 말한다. 아으나, 너랑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다이어트가 안된다. 오 마이갓, 오늘 숫자 60.10. 이럴 땐 숫자도 얄밉다. 속으로 이렇게 외쳐본다. 다이어트, 혼자 하라.
오 마이갓! 오늘저녁 숫자 60.10. 어제보다 1Kg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