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8. 화.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9일밖에 안 됐나.
체중계에 자주 오르락내리락해서인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배부른 게임을 쓴 첫날이 겨우, 9일 전이었다. 작은딸과 150불 걸고 3킬로 살을 먼저 빼면, 녹여없애든지,... , 하여튼 몸무게가 그만큼 줄어들면 승자다. 150불의 유통기한은 4월 6일, 멀리 사는 큰 딸네 가족이 오기전이다. 그 이후부턴 100불로 한다.
아, 근데 나의 그 많던 살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소위 빠진다는 살? 9일 전부터 어제까지 빠진 61kg - 59.55kg = 1.45kg의 내 살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몸속에서 녹았나, 타버렸나. 대체 어떻게 내 몸속을 쏙 빠져나갔나. 증발하는 수분도 아닌데. 고체덩어리인데. 신은 그래서 우리의 살을 출렁출렁, 아니 말랑말랑하게 지어놓았을까. 고무처럼 신축성을 구축해 놓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9일 동안 줄었다 늘었다 하던 그 많던 내 고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몸속 어딘가에 구신이 붙었나. 오늘은 59.55 - 59. 15 = 0.40.kg 이 빠졌다가 저녁에는 다시 59.25이던데. 헉!
산책하다 감미롭게 쉬던 우리의 멀쩡하던 탁자가 하룻밤 사이 이렇게 변해있었다.
구신이 다녀갔을까, 누가 다녀갔을까. 그런데 장난기 어린 말이라도, 구신, 아니 귀신의 장난이라 하기엔 낙서가 너무 다정하다. 색감도 문양도 내용도 장난이 아니다. 어설프지 않고 낙서치곤 진심과 열심과 성심이 묻어있다. 휑한 탁자보다 낫다. 그런데 탁자 중앙에 묵직한 돌멩이를 얹어두고 떠난 그들 메시지의 중심축은 무얼까. 사랑? 시간? 아님? 사면체 돌멩이에 그려진 문양은 신생 나침반? 외진 이곳 우리의 탁자에 불현듯 든 이 낙서는 내게 온기와 궁금증을 일게 했다.
운이 좋았나.
궁금증은 7분 만에 풀렸다. 탁자 위 그라피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한 무리의 하이스쿨 학생들이 몰려왔다. 자기네 교실인 듯 우리가 있어도 치고 들어오는 걸 보면 이 탁자가 평소 자기네들의 아지트였나 보다. 우리처럼. 스무 명 남짓한 남녀학생에 두 명의 여선생과 남자선생 한 명이 앞뒤로 같이 왔다. 아이들과 선생들은 우리에게 관심도 없었고 그중 한 여선생이 아이들한테 작업요령을 알려주는데, 딸은 얼른 일어나 자리를 내어준다. 다른 여선생이 웃으며 쏘리, 한다. 하지만 난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좀 더 앉아있었다. 보아하니 방해될 일도 아니었고, 좀 전의 내 궁금증이 완화될 것 같아서다. 아님 푸른 아이들이 반가웠는지도.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바닷물이 돌로 에워싸여 이루어진 수영장, 록풀rock pool을 보러 온 거였다. 그리고 저 까만 화산석을 콜렉트 할 거라고 남자 선생이 알려주었다.
수업 중이라 인사를 하고 재바르게 빠져나왔다.
내가 딸한테 여 선생님 옷 봐라, 그러자 딸은 그냥 개인취향이란다.하긴 설명은 똑부러지게 잘 했으니. ^^
야채샐러드와 고구마 한쪽을 아침으로 먹고, 8,975보를 걷고 와서 점심엔 야채 듬뿍 비빔국수를, 저녁엔 닭백숙을 평소 반만 먹었다. 침을 삼키면서 초콜릿, 수박을 꾹 참았다. 거실 자전거 30분을 탔다. 땀이 좀 났다. 숫자는 59. 25. 오늘도 체중계에 백번은 오르내렸다. 그 덕에 숫자가 좀 내려갔다. 역시 어디라도 미쳐야 미치나보다.
Rock 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