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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n 06. 2023

넌 왜 한국사람을 안 만나니? •2

- 생각의 흐름 • (중)


첫 10년 동안은,
 한국사람만 만났다.



태평양을 건너 지구 반대편에  닻을 내렸으니, 어리둥절하지 않은 게 이상할 터, 맨 먼저 한국교회에 등록하여 교회생활을 차곡차곡했다. 한국사람들과 친분을 차분히 쌓아나갔다. 기하따스한 정이 시나브로 두터워졌다. 극히 낯선 이 나라 시스템을 먼저 정착한 한국사람의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히면서, 함께 꽃 보고 산 타러 다녔었다. 한인문학회도 가입하여 활동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은 한국사람을 많이 알게 되었다.



호주국 한국시에
사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한국어로 된 글을 질바질 읽고 배우고 써서, 한국에 있는  잡지사에 e-메일로 보내는 게 주 일과이기도 했다. 주로 기 전 7년 동안 해 온터라, 호주에서도 그 일이 지속되었다. 을 읽고 쓰기에 무던히도 열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10년 동안 집안에서는 물론, 집 밖에서도 한국말만 줄곧 했다.  럼에도 외국생활에서 불편한 게 없었다. 만 아니라, 아이들이 빵보다 밥을 선호해서 치와 국을 곁들인 집밥을 즐겨지어 먹었다. 


아이들이 대학까지만 졸업하면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마음을 먹고 이 나라에 살고 있었으니, 맘 놓고 한국인 사회에서 붙박인 듯 주했었다. 도 간간히 영어교실을 등록하여 영어공부는 했으나, 여전히 스피킹젬병인 채다. 어로 말을 할 기회를 외면한 채 살았으니 순전히 연습부족이었다. 살던 곳이 브리즈번과 시드니라, 한병원, 한미용실, 한식당... 을 골고루 다 갖추고 있었다. 내겐 영어가 반드시, 필수적으로 필요치 않은 호주생활이었다.  내 영어는 카페에 가서 커피만 겨우 주문하는 스피킹 수준이었다.


 


7년 전 시골에 왔다.


그땐 이곳에 정말로 한국사람이 많지 않았으니, 영어를 하지 않으면 병원에도 혼자 못 갔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시작해야 했다. 영어뿐 아니라 난, 이 나라 이 사람들의 접해보고 싶었다. , 민을 직접 만나 삶을 나누려고 나름 노력해 왔다. 지금도 여기 문화센터 두 곳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꼭 닫힌 경상도 입술이 꼼지락거렸다. 꼬부랑거리며 꼬부랑 말을 트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말이 트여도 바로 영어 입술에 착 달라붙지는 않는다. 말을 익히는 일이란, 쌀을 천 번쯤 익히는 일보다 더디다. 리고, 때 한국친구를 만나면 이때까지 쌓아온  탑무너진다. 사람은 행동하기 쉬운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타국어, 영어보다 고국어, 한글이 얼마나 더 쉬운가. 마음을 철통같이 걸고 난, 이곳 외국인 벗을 고수 한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하는 말이,
조금조금 늘고 있다.


영어교실 터키녀가 오늘 내 짝꿍으로 곁에 앉아있을 줄 알았다. 늘 그렇듯, 먼저 와서 생긋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믿고, 그녀에게 가르쳐 줄 비니모자 뜨던 실과 편물을 챙겨갔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결석을 했다. 선생한테 물었더니 남편이 아파서 안 왔다고 했다. 세상 일은 다 내 맘대로 안 되는 법, 우리 안에는 그래서 감정의 스펙트럼이 해변에 뜬 무지개만큼이나 다양하게 떠있는지도.


대신 홍콩 남 아내 홍콩녀가 오랜만에 와 있었다. 그 부부는 작년에 우리 집에 두 번씩이나 와서 함께 밥을 먹은 사이라, 쉬는 시간에 반갑게 조우하여 모래알같이 자잘한,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 금요일, 우린 누자네집에 점심초대를 같이 받아서, 그들이 누자네 가는 길에 나를 픽업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난 선생한테
터키녀 전화번호를 물었다.


선생그녀 전화번호를 내게 가르쳐줘도 되는지, 그녀에게 물어보고 알려준다고 면서, 그녀에게 문자를 먼저 보냈다. 난 오케이, 하면서 이유를 선생한테 대충 알려주었다. 내일은 유월의 첫 번째 수요일이라, 내가 뜨개질 교실에 가는 날인데, 터키녀가 이전에 그 교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여서 같이 갈 건지 물어보려고 그런다고 말다. 수업시간에 터키녀에게서 오케이, 을 받은 선생이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매사에 인간관계의 어정쩡한 상황을 투명하게 알아보고, 깔끔하게 매듭짓는 선생의 성격이 난 믿음이 간다. 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 시간을 머금으며 찬찬히 올바르게 처리하는 선생, 그녀의 마음가짐이 난 좋다. 그녀가 준 번호로 점심시간에 터키녀에게 전화하였더니,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터키녀와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



하나의 주제로 생각의 흐름을 따라 실시간으로 적어봅니다. 그녀와 나 사이의 생각을 (하) 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 터키녀가 오늘 영어교실에 안 왔네요.  내일 만나고 나서 글을 매듭 지어야겠습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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