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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n 07. 2023

넌 왜 한국사람을 안 만나니? •3

- 생각의 흐름 • (하)


도서관 앞에서 터키녀를 만났다.


영어교실을 가는 날인데 목적지를 살짝 로 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를 픽업하여 '블링킷 바디스'라는 코바늘 뜨개교실로 향했다. 나는 이 자선 교실에 온 지 1년 1개월째요, 그녀에게는 오늘이  날이다.


영어에서 뜨개질하는 모습을 지켜던 그녀가 뜨개질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서, 이 교실에 소개하려고 함께 다. 난 오늘 스물댓 명의 호주 할머니들과 그녀 사이를 잇는 오작교가 되는 날이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다리가 되는 슴에 잔히 동이 인다. 첫날인 그녀처럼, 뜻깊은 나의 첫날이기도 니까.


교실 들어서니 푸른 눈동자의 그녀들이 우리 쪽을 우르르 향하며 따습게 맞아준다. 하나 어울려 함뿍함뿍 웃어주는 모습은 좋은 에너지가 , 깊숙이 껴진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도록 길게 배치된 탁자의 이쪽저쪽에서 하이 홍, 핼로 홍, 하시는 호주 할머니들의 에너지가 힘을 준다. 할머니들한테 그녀를 데리고 가서 소개다. 그녀와 그녀들 사이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교실 분위기는, 모든 이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어 흐르있었다. 


40대의 그녀, 터키녀가 생글거리며 할머니들과 을 맞춰가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자, 할머니들로 구성된 다소 회색의 교실 안에서 꽃봉오리 하나어나 듯다. 하고 밝은 운으로 환기되고 있었다. 활짝 웃는 들의 곁에서, 나도 같이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들도 터키녀도 서로가 반가워하는 모습에, 뿌듯한 기운이 내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오롯 밝은 에너지로 관심을 는 건, 텅 빈 속내에 힘을 채우는 일이라는 걸 다.



내가 뜨개질하여 들고 간 두 개의 이불 편물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할머니들이 지어오신 다른 편물을 터키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오, 마이 갓, 하며 멋지다며 탄성을 연발했다. 탁자 위에는 미리암할머니가 만들어오신 몇 개의 귀여운 인형들과, 치매환자들에게 좋다는 게임용 토시들을 비롯하여 비니, 머플러, 카디건, 그리고 알록달록하게 한 땀 한 땀 떠오신 서른여 점의 이불이 놓여있었다.


이 편물들은 린 할머니를 비롯한 몇 할머니들의 손길로 홈리스와 환우들에게 보내진다. 칙칙하추울 그분들이, 우리의 손끝에서 짜인 이 편물들로 인해 갛고 따스해질 거라 상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뜨개질을 하게 된다.


터키녀는 작은 이불을 뜬다면서 흰색과 하늘색 계통이 포함된 여섯 뭉치의 실을 골랐다. 그리고 너 튜브를 틀어놓고 이불을 뜨기 시작하는 그녀의 손끝이 바빠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든 코바늘이어서, 뜨다가 잘못 뜨고 말았다. 뜬 것을 다 풀어버리고 필리핀 할머니한테 처음부터 다시 배워서 시작했지만, 그녀의 웃음 머금은 표정은 지워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도서관의  시간 파킹 존에다 차를 세워두어서 나보다 일찍 일어섰다. 좋은 장소를 소개해주어서 고맙다고 내게 인사를 몇 번 하면서 블랭킷 버디스교실을 떠났다. 유월 말에 자기 나라, 터키로 두 달간 여행을 하고 9월에 다시 온다고 했다.  그때는 그녀의 터키친구를 소개한다니 내심 반가웠다. 그녀가 떠나고 호주할머니들께서도 그녀의 첫인상이 좋다며 흡족해하신다.


 내가 칭찬받은 듯하다.



본문의 '터키'는 아시다시피 '트뤼키예'로 바뀐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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