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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l 10. 2023

작으나, 새로움엔 늘 설렘


대리 설렘?


"드라마나 영화 따위를 보면서,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마음이 두근거림을 느낌."이라는 이 단어가 있음을, 오늘 새벽 3시 29분에야 알았다. 주말 드라마  "킹 더 랜드"를  보며 내가 직접 고안한 나만의 새로운 패턴, 뜨개질을 하다 알았다. 다음사전에 있다. 대리 설렘, 그런 적이 참 많았다. 나의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주말 드라마란 드라마는 거의 섭렵했으니 숱하게 대리체험을 했다. 그래도 떨리던 가슴이 아직 건재하니, 사람의 가슴은 참으로 모질고 질기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호텔리어 천사랑과 구원본부장 사이의 밀당이, 수많은 시청자들 가슴에 파동의 현을 터치할 터. 가슴의 파동은 새끼를 친다.



 직접 설렘.


대리설렘과 직접설렘을 동반해 보는 경험치도 미묘하다. 그 떨림은 갈라졌다가 합체되었다가, 직설과 대설이 서로 밀당을 하면서,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이라, 나의 뜨개질에 대한 현실 드라마 속 스토리보다 우선이다. 편물의 코를 빼먹는 일보다는, 드라마 속 말을 빼먹는 일이 더 많은 걸 보면 알겠다. 직설이 우세다. 천사랑이 호텔 거물급 투숙객, 사미르 왕자의 사랑놀이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일엔 안심한다. 그 와중에 내가 뜨개 하는 하얀 꽃 한 땀 씩 떠서 복스럽게 완성다. "킹 더 랜드" 8회의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소화하는 사이, 내 식탁등받이 커버가 완성되고 있다.


가슴이 뜀.


끝지점, 90% 정도 완성된 편물 앞에서는 늘 이렇다. 2008년도에 들인 오래된 식탁 의자의 등받이에새하얀 꽃송이와 연두색 , 그리고 흙색 땅으로 커버될 찰나다. 이 가슴 뛰는 순간을 위하여 난, 팔 아픔과 허리 시림을 뚝심 있게 참으며, 뜨개질을 즐겨하는지도 모른다. 실이었던 게 날이 새면 등받이 편물로 완성될 테다.


양방향에서 파동이 읾.




완성.

새벽 동이 붉게 트이는 시간에, 나의 편물도 조금조금 완성되어 갔다. 오늘 무슨 날인가. VIP 천사랑 손님을 모시는 구원본부장,  드라마 속 천사랑과 구원본부장의 가슴 또한 뛰고 있다. 본부장은 아직 하이라이트가 있으니 조금 기다리라니, 오늘 좀 멋있단다. 아, 그런데 하이 라이트, 너무 웃긴다. 망친 게 하이라이트다. 구원이 폼을 잡고 굽는 테이크에서 불꽃이 확 이는 찰나, 천장에서 물세례가 터진다. 리가 깨진다. 괜찮아? 안 다쳤어? 괜찮아요. 안 다쳤음 됐어. 위험의 순간에서, 서로 위하는 진실의 언어에 설렘이 증가한다. 감정의 온도가 올라간다. 뜨거워진 온도의 결에 맞게 파동을 마무리하며 드라마가 다음 회를 기다리 한다.


이쁘고 아름다움.



그 사이 며칠간 매만져오던,
나의 편물도 완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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