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새끼들 여섯 마리어미 품에 든 듯, 꽃모종은 늘어여쁘다. 화원에서 씨앗을갓 틔워 애지중지 기르다 장터에 내다 놓았을 터,한창 물이 올라 생기가 생생하다. 아직 잎이 여린 생명체이니, 우리 뜰에다 옮겨놓아도 난 자주, 고놈들을 살핀다. 아침에 눈 뜨면 창문을 열고 나가 고 조막만 한 놈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다. 오매나, 오늘도 잘 잤네. 더 예뻐졌네.
그러다 점심 나절엔 아무리 겨울이어도 22도를 넘으니,따가울 햇빛에 행여 시들지 않았는지자꾸들여다본다. 외출 중에도 고 푸른 놈들이 궁금하여 바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고놈들, 힘이 빠져 시들시들해져 있다. 난 얼른 물뿌리개에 물을 받아고놈들 곁으로 간다. 어서 일어나거래이, 미안하데이,하며 더시들한 놈부터 밥을 준다. 그러면 한 시간도 안되어 생생하게 일어나 기쁨을배가한다.기온이 10도 내외로 뚝 떨어지는 저녁안부를 물으며 어린 꽃들과 밤인사를 마친다. 잘 자거래이. 밤새 안녕하거래이.
겨울초입에, 낯선 모종을 들여왔다.
여기 가을의 끝무렵이었다.어린잎이 마치 취나물처럼 생겼는데, 국화꽃 닮은 꽃을 소복이 피운다는 사진과 설명이 붙어있었다. 어쩐지 내 유년에, 깊은 산속까지 올라가 산나물바구니를 채우던 취나물이 연상되었다. 하지만 산나물향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버닝스라는 화훼단지에서 여섯 포기를 데려온 겨울, 한 계절을지났다.
시네라리아라는 이 아기 꽃모종은, 불현듯경기를 하여 엄마를 놀라게 하는 아기처럼, 다른 꽃모종보다 자주 축 늘어져있곤 하였다. 그래, 물을 거르지 않고 매일 주었다. 영양제도 적절하게 물에 타서 뿌려주었다. 소복한 푸른 잎 속에서 도무지, 꽃은 나올 것 같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일이 그렇듯이, 꽃의 일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생명체였다.
꽃이 나올 기미가 감감무소식이던 바로 다음 날, 꽃봉오리가 보였다.
아직 꽃의 꼭 다문 눈만 보이니 색상구분도 안되었다. 난 그 꽃의꽃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꽃을 살폈다. 오매나, 추운데 어찌 나왔을꼬, 너 참 대단하다. 너보다 덩치가 몇십 배는 더 큰 난, 춥고 게을러서 저녁에 하던마당을 도는워킹도 자주 빼먹었는데, 넌 나보다 부지런하구나. 근데 너 무슨 색깔이니, 하고 물어보았다. 하, 꽃이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아직은 새촘한 바람 속 꽃봉오리에서, 이튿날 낮에 바로, 보라와 분홍이 어른 거렸다.
맨 좌측 사진은 9.2일 오전 8시 28분에 찍은 사진을 확대한 것입니다. 꽃이 전혀 피어날 기미가 없었는데 이튿날 12시 11분에 봉오리가 보입니다. 그리고11일날,꽃이 됩니다.
누군가의 희망도 이렇게, 꽃처럼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가장 깜깜한 깊은 새벽을 지나면 가장 밝은 빛이 나와 먼동이 트듯이, 누군가의 앞날도 그리 되리라고, 난 믿는다. 기나긴 겨울을 머금고 꽃망울을 툭 터트리는 꽃이, 참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