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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an 25. 2024

별 돋는 이국의 밤을 내 평생 연모하리라 • 1

-1 <노스탤지어> 편


플라톤철학에 있어서 이데아란 '불변하고 영원하며 단일한 실체'이다. 그렇지만 플라톤이 반복해서 '온토스 온'(ontis on, really real) 곧 '참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실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르다. 즉, 이데아는 그것의 있음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시적인 '사물(res)'과는 오히려 반대적인 것으로, 그것의 있음을 단지 정신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지적인 것이다. 플라톤에게는 예컨대 우리가 볼 수도 있고 만져볼 수도 있는 '꽃'은 참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꽃의 이데아'만이 참으로 있는 것이다. 김용규, 같은 책 <노스탤지어> 편, p.255.


호주의 늘에는 마치 돋을새김처럼, 반짝반짝 별이 돋기 시작했다. 우리가 착지한 2007. 1월의 낮엔 이글거리는 잉걸불 인 양 온 세상이 뜨겁기 그지없다가도,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을 따라 하나, 둘 돋았다. 가 한국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들이 파 떨듯이  광경을 ,  별의 형상으로서 우리 네 식구를 잘 따라온  확히 믿을 수 있었. 어쩜, 별이 된 그가 국의 땅에 우리를 하도인솔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왠지 든든해졌다.  참에 감히 별, 플라톤의 이데아에 비유해 볼까. 내가 과수원에 살다가 도시에 나가서 살 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별을 그토록 그리워한 데는, 가시적인 별이데아 가지적인 그였기 때문이었다. -  "그것의 있음을 단지 정신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가지적인 것." 변하고 영원하며 으로 존재하는 것.


마음이 힘에 부칠 때, 하늘에 뜬 별을 보면 안정이 될 것만 같았다. 지만 과수원에 살다가 도시에 나간 후로는, 아파트거나 인근의 학교운동장 하늘에서 단 한  별을  수 없었다. 러다 그토록 절실하던 그의 별을 호주 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쏟아질 듯 별이 촘촘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북두칠성을 찾아보았으나, 남반구인 이곳 하늘에 그것 대신 남십자성이 뜬다고 했다. 두칠성이 안 보여 섭섭하긴 했다. 하지만 낙심않았다. 당시 나는 징하게 내 마음을 꽉 잡는  하나만 있으면 족했다. 


그의 별.


 초저녁에 뜨는 장 굵직한 별을 그의 별로 정해놓고, 밤마다 고개를 기역자로 젖히고  별마을을 올려다보았다. 을 본 날부터 지 모를, 마음이 화로 올랐다. 역설적이게도, 에서 본향으로 돌아온 정이 되었다 할까. 한편으로는 반의 설렘과 절반의 두려움 에서 아직 난 노스탤지어, 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순전히 그의 별이 밤마다 내 지붕 위에 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 밤이 낮으로 변하는 원리처럼, 난 현실적으아와야 했다. 예컨대, 별을 그토록 연인인 듯 그리워한 걸 보면 그의 별을 더 가까이, 산이 한 번 반씩이나 바뀌어있던 그동안, 그의 표정주름살이 몇 개나 더 생겼는지, 그를 더 면밀히 보기 위하여 천체 망원경이라도 구입했으련만, 난 현실적으로 불필요한 감성 쪽으로는 지갑을 꾹 잠가두기로 다. 편으로는, 원하게 먼 세계 그러나 내 손바닥에 잡힐 듯 깜빡이는 신비 그 별이 좋기도 했, 현실적으로는 돈을 왕소금처럼 아껴서 써야 했다. 우리 네 식구의 식비와 세 아이들의 유학비에만 내 지갑이 관대하여야 했다.


고2 때부터 회계사가 꿈이어서 국어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큰아이는 스스로 인터넷을 색하다. 그리고 브리즈번에 있는 QUT 대학 회계학과를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분당에서 고2학년을 마치고 온 둘째 아이는 고1, 여기서 10학년부터 다시 공부하여 약대를 가고 싶다고 하여서, 그렇게 하기로 우린 했다.


막내는 중2학년, 호주에서는 8학년으로서 둘째 누나와 동일한 하이스쿨을 들어갔다. 배드민턴과 축구와 달리기 같은 운동신경이 남보다 달했던 막내는 온 지 삼일째 되던 날부터, 호주학생들이 주축이던 축구반에 합류하여 그 아이들과 늘 어울려 놀았다. 보아하니 축구를 즐기고 잘하는 그 아이들은 학업성적도 상위였고 집안사정도 좋은 집의 아들들이어서 난 안심이 되었다. 1년이 넘도록 축구를 즐겨하던 그 아이들 중, 대여섯 명이 팀으로 어울려서 잘 노는 내 아들을 지켜보면서, 미로서, 그 환경에 감사했다.


호주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한인교회에 출석하였다. 매주 집을 바꿔가면서 구역예배 모임을 가졌었는데, 구역식구들한테 난 내 아들자랑을 했었다. 얘는 호주에 오자마자 외국 친구들을 사귀어서 잘 적응하고 있다며, 한테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벼운 팔을 감아올려 어깨동무를 해대면서 이를 추켜올려놓곤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깊이가 옹달샘만큼이나 얕은 으로 못난 엄마였다. 라리 내 아들의 속내를 가만히 살피며 이렇게 물어 줄 것을. "내 아들아, 아직은 너의 영어가  불편할 텐데. 혹시 영어권 친구들하고 노는데 힘에 부치거든 엄마한테 언제든지 말해주렴. 절대 심적으로 부담 갖지 말고, 응? "


그(타르코프스키)는 영화예술의 본질은 '시간을 빚어내는 것'인데, 그 방법은 "마치 조각가가 자신의 마음의 눈으로 자신이 만들어낼 조각의 윤곽을 보고 이에 걸맞게 대리석 덩어리의 모든 필요 없는 부분을 쪼아 내버리는 것과 흡사하게, 영화 예술가 역시 삶의 사실들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정리되지 않은 혼합물들 속에서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자신이 만들어 낼 영화의 요소가 되고 예술적인 전체 형상의 없어서는 안 될 모든 순간만을 남겨두는 것"이라 규정했다. 김용규, 같은 책 <노스탤지어> 편 p. 261.


2회가 후편에 이어집니다.


한주를 쉬고 다시 연재글을 올립니다. 사실은 너무 가슴 아픈 스토리여서 주저했습니다만, 연재라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일뿐 아니라 살아가는 일이 다, 마음먹은 대로 안 되겠지요. 누군가 그러데요, 맘대로 안 되는 게 자식과 골프라고요. 바라옵건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하여 그저 담담하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도 많이 덤덤해졌으니까요. 깊이로 드는 시간엔 아픔도 슬픔도... 감수해야겠지요. 겨울을 지나면 파릇파릇 새순이 싹트겠지요. 늘 건강 행복하십시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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