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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Mar 10. 2016

Pm 02:27

어느 알바생의 쉬는 시간

 모델 하우스에서 가끔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일에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한시간 남짓을 서있고 나면 삼십분 남짓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노예처럼 일하고, 휴식 시간은 시급에서 깎아야만 쉴 수 있는 곳 보다야 훨씬 낫다. 나는 복 받은 축에 속한다.


 예전에 시급 받으며 일하던 시절에는 우리의 시급이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보다 싸다는 것에 대해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얘기 하곤 했다.

 "한 시간 개처럼 일 해봐야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도 못 사먹네."

 얼마 전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시급을 보고 줄담배를 피워댔다. 내 시간의 주가가 맥도날드 햄버거랑 같이 뛰나보다. 시간은 금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는데 노동력을 포함한 내 시간은 금은 커녕 길가에 굴러다니는 공병 즈음으로 취급 되는 것 같다. 더럽고 치사한데 먹고 살긴 해야하고, 그러려면 벌어야 하니 일을 한다. 을의 입장에선 늘 그렇다. 그래서 을이다가 갑이 되면 갑질을 그렇게 해대는건가. 난 저런 갑이 되지는 말아야지. 늘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프리랜서, 가난한 예술인은 만년 을이지 갑이 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제 남은 시간은 십분 남짓.

 황홀한 쉬는 시간이 끝나간다.

 난 다시 일터로 돌아가 돈을 벌어야 한다.


 한 떨기 꽃송이가 되고 싶으나

 한 명의 거친 노동자가 되어간다.


 쉬는 시간 짬짬이 글을 쓴다. 유일한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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