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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스킹혜성 Nov 15. 2022

굴 같은 소리 하네?

며느리만 이해 못 한 시아버지의 화법

지난 주말 시어머니가 몇 주전부터 미리 예고하신 김장데이였다.

평소 주말엔 절대 볼 수 없는 시간에 일어나 시댁으로 갔고,

어른 넷이서 배추 50포기와 알타리 2대야 김장을 했다.


한창 김장을 하다가 아버님이 먼저 "마트에 갈 것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라고 하셨고,

어머님이 아버님께 마트에 가서 김장김치에 싸 먹을 '굴'을 사 오라고 하셨다.

아버님의 대답이 "굴 같은 소리 하네"였다.


그렇게 아버님이 나가시고 한참이 지났다.

어머님께서 왜 이렇게 안 오시지 빨리 굴 넣어야 하는데라고 하셔서

나는 안 사 오시지 않을까요? 굴 같은 소리 하네라고 하셨잖아요 했다.


그런데 어머님은 굴 사러 간 거 맞다고 하셔서

머리에 정말 물음표가 ??? 이렇게 생겼다.

그리고 잠시 후 아버님은 정말로 굴을 사 가지고 오셨다.

그것도 1kg은 부족할 것 같아서 2kg을 사 왔다는 말과 함께.


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말을 했더니

남편은 아버님의 말이 안 사 오겠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남편도 그런 화법을 쓸 때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끔 출근할 때 다 채운 쓰레기봉투 좀 버려달라고 하면 "싫어"부터 하는 남편. 그래도 다 가지고 나가서 버린다. 남편은 해명했다. 출근시간에 1~2분 차이가 지각을 하느냐 아니냐의 중요한 차이기 때문에 못 버리고 갈 수도 있어서 일단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남편은 아버님과 닮은 구석이 없는 줄 알았더니 아버님의 츤데레 화법을 꼭 닮은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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