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슈투트가르트의 작은 도시 칼프로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이 안에 들어 있어” -어린 왕자 중에서 -
랜드마크가 없는 도시, 관광지가 아닌 곳. 하지만 네가 갖고 싶어 했던 양이 있던 상자의 도시가 바로 CALW였다. 독일의 칼프를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헤르만 헤세의 고향을 가보 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삶에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 었다. 그의 책 크눌프,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 나에게 꽤나 많은 질문들을 가져다주었던 책 들이었기에, 독일에서의 나의 여행지도는 베를린도, 뮌헨도, 프랑 크르트도 아니었다.
슈투트가르트의 작은 도시 칼프가 나에게는 유일한 목적지였다. 영국 런던에서 이지젯 항공을 타 고서 슈투트가르트행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언니와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의 인천공항이 아닌 청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대부분이 독일어를 구사하는 현지인이었고, 이제 여행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도 밤 9시에 슈투트가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전까지 여행에서 비슷하게 겪었던 어려움들을 역시나 독일에서도 겪게 되었는데, 처음 사보는 교통권부터, 방법까지 이번 역시 달랐다. 독일에서 지하철을 탈 경우 매표를 넣고 들어가 는 곳 없이 표를 소지한 채 그냥 타면 되었다. 또 내가 가려고 하는 calw라는 지역은 슈투트 가르 트 공항에서도 꽤 멀리 있는 곳이어서 교통도 자주 있지 않았다. 구글로 확인을 해보니, 밤 11시 35분에 막차가 한 대 있었다.
“차가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언니에게 말하며 버스정류장에서 막차를 2시간 동안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버스에 캐리어를 올리고서 탔는데,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캐리어가 앞쪽으로만 갔다. 결국 나는 캐리어를 꽉 붙잡고서 1시간 정도를 탔더니, 버스의 마지막 역인 calw에 도착하게 되었다. 시간도 거의 새벽 1시여서 호스텔 주인은 퇴근을 한 상황이었고, 호스텔 주인이 숙소 옆 bar에 나의 체크인 열쇠를 맡겨 두었던 것이었다. 처음에 예약한 호스텔에 주인이 없어서 너무 당황했지만, 이웃주민들의 도움으로 그날 밤 무사히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국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지만, 서유럽의 경우 숙소 가격부터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 독일 calw의 경우 호스텔이 었는데도 2인 1박에 60유로였으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이 드는 금액이었다. 어찌 보면 유럽여행이 남미 여행에 비해서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alw가 내게 말해주는 것들 때문인지 그러한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나는 이 작은 소도시를 구석구석 다녀보았다. 집집마다 다른 색의 페인트지만, 조화롭게 어울 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고, 그러한 건물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꼭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나쁜 기운들을 씻겨 내주는 곳 같았다. 그러한 풍경들 덕분인지 나는 한 걸음 한걸음마다 멈춰 서서 가만히 calw지역을 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거대한 박물관도, 유명한 장소도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가 책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작가의 생가를 보면서 그전까지 읽었던 책에서 작가가 숨겨둔 장소의 한 곳, 한 곳을 찾는 것 말고는 아무런 미션이 없었다.
평화로웠고, 조용했다. 사진을 찍어서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헤르만 헤세는 이 골목길을 걸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이 있던 장소를 여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상상여행을 할 수 있었던 곳, 나에게 calw는 하루를 선물하기에 충분했던 완벽한 여행지였다.
독일의 여행을 마치고서 이제 스위스로 넘어간다. 그곳에서는 과연 또 어떤 내가 되어 있을까? 기차역에서 문든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ch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