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의 계획은 단순했다.
1단계 그의 꿈속을 방문한다. 2단계 그를 죽인다. (가능한 고통스럽게...)
준비물은, 아빠의 연구를 토대로 꿈속에서 상대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단련할 것!
지선다운 계획이다. 오직 목적만을 생각에 둔 계획!
은혜는 생각에 빠졌다. 어쨌거나 지선은, 그를 죽이고 싶은 것이다. 꿈속에서라도 복수를 하고 싶은 것, 그에게 찾아가 그가 저질렀던 지난날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것이다. 지선과 경석이 하루 온종일 그때만을 떠올리며 고통 속에 있지만은 않았지만, 혜주의 부재는 그들 부녀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결핍된 상태, 은혜가 지켜보는 둘의 모습이 그러했다. 지선과 경석은 웃고 있을 때도 슬퍼했다. 결핍 인간, 경석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반면, 그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사고 직후에도 그는 거칠 게 없었다. 그저 재수가 없어서 자신이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뿐이었다, 유족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그의 생각이 읽혔다. 선처를 요구하며 피해자 집을 무작정 찾아와 소리를 질렀던 무례한 그 남자는, 그 모든 행위를 사과하러 찾아갔던 일로 둔갑시켰다.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사과문을 제출했다. 그 결과, 그는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양형 되었다. 나중일이지만, 몇 년 후 직업을 이유로 면허도 다시 찾았다. 경석과 달리 그에겐 그 사고로 인한 결핍과 상실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체, 왜!
경석이 자신의 방법으로 복수를 도모한 것은, 어쩌면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상식적이고 인간적이다. 다만, 경석은 왜 이 연구로 인해 지선에게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걸까, 은혜는 그 점이 안타까웠다. 철두철미한 경석이 왜... 그때! 번뜩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그래서였을까?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유독 경석의 성격을 많이 닮은 지선이었다. 그렇다면 예측 가능했을 것이다. 그를 본 경석의 감정은 그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은혜는 모든 것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과거의 일 따윈 마치 없었다는 듯 살아가고 있었다. 경석과 몇 번 마주치고도 경석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 사건 직후 수차례 경석과 대면했음에도, 그의 기억엔 경석의 모습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거칠게 운전했으며, 음주운전도 했으며, 때론 적발되기도 했고 사고도 냈지만 큰 문제없이 살고 있었다. 자신의 음주운전과 신호위반으로 혜주를 죽게 만든 죄책감 따윈 한 점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사건을 그저, 재수 없게 사람이 죽어 골치 아프게 된, 오래전 일쯤으로 어렴풋이 기억하니까.
경석은 지독한 고통과 강렬한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그 아이도 같을 것이다. 언제고 한 번 그를 찾아갈 것이고, 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안 된다. 그건 안 된다. 경석은 스트레스로 강한 두통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개인연구실에 틀어박혔다. 그 아이의 삶까지 망칠 수 없다. 딸을 지켜내야겠다고 경석은 결심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은혜는 경석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마치 옆에서 경석의 삶을 지켜본 듯한 기분이다. 이윽고 은혜는 결심했다. 그의 꿈속에서 지선이 그를 죽이는 데 성공하도록, 완벽한 조력자가 되기로 했다. 그가 그의 삶을 후회하고 회개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은혜는 종교는 없었지만, 스스로 그 일을 '지옥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지옥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비록, 꿈속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