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꿈 방문자 16화

꿈속 조우

by 하늘위로


"막내 고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을 거야."


울음을 그친 지선은, 마음이 놀랍도록 차분해졌다. 어떤 경우에도 지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 그 사실 하나로, 지선의 두려움은 모두 사라졌다.


지선 역시 이런 낯선 경험이 믿기지 않지만, 은혜보다는 나을 것이다. 아빠의 편지를 읽고 책을 보고, 은혜의 꿈속에 불쑥 들어온 것은 지선이니 말이다.


"여긴, 막내 고모의 꿈속이야, 내가 내 의지로 들어온 거예요."

"뭐라고?"

"그러니까, 아빠가 연구한 거예요.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걸 연구했고, 성공하셨어요. 저도 알게 된 지는 불과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은혜는, 오빠 경석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건 또 다르다. 이게 가능하다고?


"그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 했어요. 현실에서가 아닌 꿈속에서... 어떤 범죄도 성립되지 않게 하려고요. 그래서 이 연구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 사람?"

"엄마를 죽게 하고도 멀쩡히 세상 속을 걸어 다니던, 그 살인자!"


은혜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생각을 해봤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경석은 긴 시간 외부와 단절한 채 혼자서 뭔가를 연구했다. 그게 뭐가 됐든 경석이라면 뭐라도 해냈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저, 얼마 전에 그를 보러 갔었어요."

"뭐, 뭐라고?"


지선의 엄마를 죽게 만든 그 남자는 은혜의 눈에 꽤 거칠어 보였다.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지선이, 그를 혼자서 찾아갔다고? 그래, 그건 쉽게 사라질 분노는 아니지, 나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렇게 화가 나는데 오빠와 지선은 더했을 것이다. 정작 나도 괜찮지 않으면서 지선은 이제 좀 괜찮아졌을 거라 생각하다니, 은혜는 자신의 안일함에 화가 났다. 지선이 위험에 빠질 때까지 나는...


본인을 심하게 자책하던 은혜는 그 충격 때문인지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스르르, 은혜가 눈을 뜬다. 눈 앞의 지선은 사라지고 없다. 어제 잠들기 전 보았던 은혜의 방안 그대로다. 꿈이다. 그건 꿈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꿈이었던 거지? 은혜는 혼동이 찾아왔다. 시계를 봤다. 새벽 3시 좀 넘은 시간, 그때 은혜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지선이다.


역시, 그냥 꿈이 아니었구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며 은혜는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지선이."

"응, 지선아~"

"지금 찾아가도 될까요?"

"응?"

"막내 고모, 이렇게 되어 죄송하지만, 그거 꿈 아니에요."


은혜의 입안이 바싹 말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지선과의 전화를 끊고 은혜는 불안한 마음에 방안의 불을 환하게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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