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할머니

by 하늘위로

김이분 할머니는 길을 걷다 대뜸 크게 소리를 질렀다. 중얼중얼,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냈고, 단발머리 젊은 여성만 보면 뛰어가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은아의 죽음은, 할머니에게 정신을 놓을 만큼 충격이 되었다.


'아직 살 날이 많은 그 착한 아이가, 왜, 왜, 왜...'


할머니는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괴물이 아무런 제지 없이 살고 있는 세상,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두면, 피해자는 또 가벼운 처벌을 받고, 죽기 전 은아가 그렇게 붙잡고 싶었던 세상을 활보할 것이다.


부엌으로 가서 식칼 한 자루를 꺼냈다. 이제는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남은 생을 전부 교도소에서 보내게 된다 해도 좋다. 그놈이 멀쩡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김이분 할머니는 굳은 결심을 하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는 은아가 탔을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할머니의 가방 속엔 식칼이 들어있다.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식칼이다. 밤새 정성을 다해 열심히 갈아두었다. 이걸 꼭 그놈 뱃속에 찔러 넣을 거다. 할머니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재판이 열리는 날, 법원 앞의 포토라인, 그놈이 그 앞에 섰다. 할머니 눈에는 보였다. 그놈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제게 쏠린 관심을 즐기고 있었다.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할머니는 죽을힘을 다해 그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가슴과 배를 향해 칼을 꽂았다. 손목에 골절이 올 정도로 강한 힘으로 두 번, 세 번쯤 찔렀을 때, 할머니는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 그놈은 피를 흘리며 할머니를 바라봤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은 건, 은아야.

그런 죄를 지었으면

비참한 결말을 예상해야 하는 게 당연해.

네가 아무렇지 않게 세상은 살면

그게 이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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