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공간의 공기 밀도가 습도를 머금고 무겁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어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바람이 거세지 않아 집 안으로 비가 밀려들지는 않았다. 한 방울, 한 방울 그저 이따금 창문 앞에서 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나를 툭툭 치고 갔다.
훅, 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일까, 내 숨소리에 놀란 건 나였다.
그때였다. 무거운 공기와 빗소리를 뚫고 전화벨이 울린 건, 나는 직감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한가하게 전화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다. 별스럽게 친한 인물도 없다. 전화를 곧장 받지 않자 전화벨 소리는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시계를 봤다. 밤 9시였다.
-여보세요
-넌 왜 째가닥 전화를 받지 못하니?
고모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날아든다. 마치 좀 전의 그 전화벨 소리와 닮았다.
나는 대꾸도 없이 잠자코 있다. 원래부터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빠와 전혀 닮지 않은 아빠의 누나.
-지금 당장 대전으로 내려와라.
-무슨 일인데요?
-네 아빠 돌아가셨다.
고모는 아빠의 부고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빠는 아직 만 65세가 되지 못하셨다. 국가가 자주 기준점으로 삼는 노년이 아니다. 고모는 늘 너네 아빠는 오래 못 살거라 말해왔는데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진심으로 본인 동생의 수명을 이쯤일 거라 믿고 있었나 보다. 불쾌감이 밀려든다.
용건이 확인되었으니 황급히 고모와의 전화를 끊어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6개월 전 본 아빠는 아주 건강했다.
얼른 아빠가 계신 대전으로 가야 하는데, 머리와는 달리 몸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운전은 안돼. 막차가 끊기기 전에 기차를, 아니야 곧장 택시를 타자.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누구와도 이 고통을 나눌 수 없다. 형제자매도 없는 나는 이제 철저히 혼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