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꿈 방문자 05화

혜주의 죽음

by 하늘위로


혜주의 죽음은 사고였다. 상대 과실 100%, 어이없는 교통사고. 과음으로 졸음운전까지 하던 대형트럭이 맞은편 신호대기 중이던 혜주의 차량을 그대로 밀고 지나갔다. 즉사였다.

신호 잘 지키며 안전하게 운전해도 상대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이렇게 손쉽게 목숨을 빼앗긴다.


큰 처벌받지 않고 다시 세상을 활보하는 그 가해자를 지선은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재판 전, 합의하겠다며 피해자의 집으로 쾅쾅쾅! 밀고 들어오듯 찾아온 그의 얼굴을 지선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합의? 당신의 목숨을 준다 해도 이건 공정한 거래가 아니야. 당신 같은 사람 목숨, 우리 엄마 같이 선한 분과 어떻게 같아? 왜 당신 실수로 당신이 아닌 울 엄마가 떠나야 하냐고...


지선은 매일매일 분개하고 또 분개했다.

겨우 열두 살이었던 소녀는 관심 없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를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은, 지금으로선 공부밖에 없다고 했다. 제발 이 공부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멎게 하소서. 열두 살 지선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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