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그는 말했다. 100억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말했던 것들의 권리를 주신다면, 다른 조건은 일체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현금으로 바로 드리죠.
쫄깃한 제안, 아빠가 있었다면 나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설득했을 것이다. 문제는 아빠가 없다는 것. 아빠가 없는 지금 이건 아빠였다. 아무리 눈앞의 거액이 있다 해도 가족을 팔 수 없다. 나는 눈을 질끔 감고 거절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그는 나를 찾아와 설득하려 했지만 나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상속받았지만 아빠의 명예를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것까지는 상속받았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안 되는 것이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놀고 싶은 맘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에게 이런 내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주었다. 당신이 설득하기 위해 쓰는 이 시간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낭비라고 말이다.
득달같이 고모에게 전화가 왔다. 연구에 몰두하던 아빠에게 그 좋은 머리를 두고 돈 안 되는 것만 한다며 막말을 아끼지 않더니, 이제와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준 내 지분도 있지 않겠냐며 애먼 소리를 한다.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아빠는 대체 무엇을 연구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