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다녀온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엄마가 사라졌던 그때처럼 일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히 이어졌다. 세상은 여느 때와 같았고, 나도 그런 세상에 살기 위해 평소와 같은 하루를 살아야 했다.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하고 그렇게 말이다.
그런데, 요 며칠간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두어 번 본 적 있는 아빠의 전 직장 동료가 찾아와 내게 특별한 특허권이 상속될 거라며 아빠의 편지와 책 한 권을 내게 주었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 했다. 본인도 어제 소포를 받아서 바로 전해주는 거라 했다. 무슨 원리로 본인에게 이 소포가 발송된 건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아빠를 잘 안다는 누군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아빠가 가지고 있는 특허권을 넘겨받아서, 아빠 혼자서 비밀리에 개발했다는 어떤 기술을 본인이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를 처음 봤고, 아빠에게서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는 내게 그럴듯한 명함을 내밀었지만, 그건 인쇄소 가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요청대로 말이다. 어쨌거나 명함에 적힌 이름은 김기호였다.
데일리드림 대표이사, 김기호
미안하지만, 너무도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오래도록 연구했을 게 뻔한 아빠의 특허권을 탐하는 것도 그렇고, 아빠가 비밀리에 뭔가 연구했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왜 본인 허락이 불가능한 시점에 찾아와 딸인 내게 구태여 부탁하는 것일까, 그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다. 아빠는 거절했던 것이다. 이 제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