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사랑하는 내 딸 지선아...
이 편지를 읽는 순간,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아빠는 지금 네 곁에 없겠지.
미안하구나,
이 편지를 네가 읽고 있다는 건,
편지가 무사히 너에게 전달된 거겠지.
내 부고를 듣게 되는 즉시
잠시 인연이 닿았던 분이, 내 부탁으로
너도 본 적 있는 아빠의 동료에게 소포를 발송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토록 번거로운 방법으로
너에게 편지를 남긴 건,
꼭 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란다.
그래, 어쩌면 너는 대략 알고 있을 것도 같다.
무심코 너에게 했던 말을,
너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물어왔으니 말이다.
아빠는 그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어.
처음엔 복수였고,
나중엔 연구 자체에 대해서도
진심이 되었다.
이 편지를 쓰게 된 건,
맞아...
연구에 성공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어.
벌써 연구 성과를 눈치챈 사람들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어.
나는 실패했다고 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야.
시범 삼아 찾아갔던 지인 중 하나가
꿈속에서 나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다녔던 모양이야.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래,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지선아,
막상 연구를 성공하고 나니
아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이대로 그를 찾아가, 복수하는 게 맞는 걸까?
그게 의미가 있을까?
고민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긴 시간을
복수라는 이름으로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연구에만 몰두했는데 말이다.
너와 보낼 많은 시간들을 외면한 아빠가,
이제야 다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력하게 엄마를 잃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세상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빠는
그 사람을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는 지금 어떻게 살까?
그다음은,
그를 보고난 후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