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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May 23. 2023

일상 에세이#2. 작은 집에 살고 싶다.

나는 작은집이 좋다.

작은집에 살고 싶다.


나는 늘 미니멀한 집을 꿈꾼다.

어떤 일이든 '통제성'이 강한 나는 물건도 내가 통제할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기를 바란다.


주변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평수를 넓혀서 이사하기를 원한다. 

아이들이 크니 조금 더 큰 책상을 사주고 싶고 아이들 옷도 커지고 기타 등등 4인가족이 온전히 살아가기에는 국민평형이라 부르는 84제곱미터의 공간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이유에서이다.


나는 작은 집이 좋다. 부자의 마인드가 못 되는 것인지 부자가 아니라 실제로 그냥 내 자체가 그래버린 것인지 모르겠는데 주거의 비용을 그렇게 많이 지불하고 그 공간들을 실제로는 물건에게 내어주는 현실이 싫다.

여행을 훌쩍 떠날 때에도 물건들이 찐득하게 달라붙는 것 같은 그 기분이 싫다.

먹다만 음식, 빨래 통에 가득 쌓인 마저 못한 빨래, 여름이 오도록 처리하지 못한 겨울 옷 세탁과 이불세탁 등등 그 잔여감이 켜켜이 쌓여 내 몸속 독소 같다.


작은 집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건을 통제할 수밖에 없으니 가족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사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전용 90제곱미터가 조금 넘는 집이다. (구조가 조금 안 좋게 나왔기에 신축 아파트 84 제곱과 크기도 모습도 비슷하다. 오히려 쓰임은 신축보다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우리 부부의 시작이었던 44제곱미터 두 배가 훌쩍 넘는 공간이다. 그 간 두 아이가 태어났고, 우리 가족은 자꾸만 여러모로 커져갔다. 필요치 않은 것인데도 자꾸만 필요한 것처럼 다양한 물건들이 늘어났고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했다.


나의 통제력 강한 성격 때문인지 일련의 과정이 실을 잘 엮은 진주목걸이가 되는 기분이 아니라 때론 와구와구 먹으며 부피가 커져버리는 진공청소기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성격상 무작정 소비하고 먹고 버리는 것은 아님에도, 세상에 휩슬리다 보면 숨도 못 쉬게 바쁘고 숨도 못 쉬게 소비하고 먹어대고 자야 한다.

나는 덜 바쁘고 덜 사고 덜 먹고 충분히 자고 더해서 충분히 웃고 싶다.


작은 집이 무조건 그걸 단행해 준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규모를 줄이며 우리 가족의 충분한 고민기간을 가지고 싶고 몸집을 키우는 즐거움이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는 가족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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