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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seek Dec 04. 2023

“회복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상가교회 분투기 5] 감격의 첫 예배(추수감사주일예배)

  [상가교회 분투기 5] 감격의 첫 예배


  “회복의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교회 청빙이 결정되고, 추수감사주일예배가 첫 예배가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 담임목사 소천 이후 오랫동안 공동체가 표류하고 있었던 터였다. 때문에 교회는 무엇보다 회복을 갈망했고, 그 회복의 첫 단추는 다시 예배를 세워가는 것이었다. 부목사로 섬기는 교회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사임 전이었지만 부임할 교회 목회자가 부재한 상황을 감안한 배려로 주일예배를 먼저 드리게 되었다.       


  처음은 언제나 긴장되고 또 설렌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는 첫 발걸음만큼 강렬하게 기억에 남겨지는 것도 없다. 이전 담임 청빙을 위해 두 차례 예배를 드렸을 때, 평균 12명의 적은 예배 인원에다가 분위기는 다소 침잠해 있었다. 머리로 숫자를 계산하고, 마뜩하지 않았다면 부임은 마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서의 요청과 나의 마음가짐은 어긋남이 없었다. 나는 분명 하나님의 예비하심으로 교회 개척의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      


  청빙이 결정된 후 추수감사주일, 옅은 떨림으로 담임목사 부임 후 첫 예배를 드렸다. 준비된 것은 없었지만 서툰 발걸음에도 사랑으로 동행하시는 예수님을 기대했다. 요란한 행사 없이 꽃바구니 하나 전달받은 단출한 인사로 성도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제 이들과 함께 평생을 영적 가족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심호흡을 해야 했다. 내 성품과 지혜로는 정말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다만 성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예배 후 식사하는데, 그제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 성도님들의 온화한 미소에는 지난 세월 교회를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은 깊은 수고의 연륜이 묻어 있었고, 20대 청춘의 생기 가득한 미소에는 앞으로 거침없이 담대하게 하나님나라를 세워갈 벅찬 소망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사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중년 성도들은 고단한 교회의 현실 속에서도 애타는 심령으로 말씀을 붙들며, 기도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버텨온 주를 향한 간절한 사모함이 서려 있었다. 

새로운 담임목회자가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멀리 계신 성도님들의 가족들이 함께 해서 감격의 첫 예배를 드렸다.

  

  첫 주일예배는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 작은 교회의 역사에도 한때는 열정이 넘치던 시절이 있었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으로 점철된 시간들이 있었으리라.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남겨두고,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회복이 유일한 길은 다시 시작함이니, 하나님나라의 소망으로 이 하늘 아래 바꾸는교회를 위해 바꾸는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허락하신 주님을 신뢰하며 나아간다. 


https://brunch.co.kr/@hug-moon/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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