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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Aug 21. 2024

글을 쓰는 방식에 대한 나의 착각

요즘 한동안 아쉬워하는 중인 나의 시행착오

내 착각을 하나 깨달았다.

나는 주로 글을 쓰고 그 글들을 뼈대삼아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시나리오와 콘티들을 정리해오고 있었다.

이는 영상의 뼈대가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정갈했으면,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체계였다.


그런데, 내 착각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사실 부인하다 부인하다 결국에 인정하게 되었다' 라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나의 실패와 시행착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쓴다.


문제가 생겼다


나는, 과거에 평어체와 경어체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다.

평어체는 그 나름의 간결함과 단단함이 있으나, 가장 큰 결함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의 정서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

주로 나는 글보다 말에서 훨씬 더 깊고 진한 감정선이 담기곤 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말을 할 때는 약간 무아지경 상태로 내뱉다보니 거의 감정의 흐름대로 의식이 흘러가는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산으로 갈 때도 많고, 정갈함이 부족했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들었다.

내 글을 읽을 때보다 말이다.

(아 물론, 사람들은 애초에 글을 잘 읽지 않고, 내가 내 글을 공개하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글에도 말할 때처럼 나의 감정의 흐름이 강렬하게 담겼으면 좋겠다.


그게 가능해지면, 분명 글이 좀 더 매력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 될거라 믿었다.


해결책은, 경어체였다.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경어체를 쓰기로 했다.

말에 경어체를 쓰면, 한결 내가 평소 말하던 투에 가깝게 글이 써내려져가는 걸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이, 분명 평어체로 쓸 때보다는 좀 더 내 감정선을 문장들에 잘 담아준다고 생각했다.

존대를 하게 되면서, 좀 더 문어체보다 구어체를 많이 쓰게 되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라고 지금에 와서는 생각한다.


경어체로 쓰는 글들은, 조금 더 머릿속에 내가 누군가에게 표정과 손짓을 해가며 말하는 게 떠오르며 글이 써졌다.


그래서 다 써놓고 보면,


'좀 더 중구난방이긴 해도 평어체 글보다는 더 감정이 담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았다.


하지만 내게는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번째 문제


첫번째 문제는, 내가 집필하려는 책이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로 쓰일 거라는 점이었다.


왜 평어체로 쓰려고 했냐면, 평어체가 좀 더 단호하고 확신에 찬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 말할 때의 텐션은 경어체 문장들이 더 잘 표현할지 몰라도,

내 마음속에 오랜시간 고민해서 쌓은 확신은 평어체가 더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했다.


경어체는, 본의 아니게 조금 나의 단호함이나 확신, 믿음 같은 것들이 덜 드러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문체 자체가 더 높거나 어려운 상대방에게 주로 쓰기도 하는 것이다보니 그런 거 같다.


글자는 비언어적 표현이 드러나지 못하는 매개이고, 책은 글자로 쓰여져 있으므로, 책은 결국 비언어적 요소들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런데 나의 확신, 강한 신념, 기대, 소신 같은 것들은 내용에서도 물론 담기겠으나 비언어적인 부분에서도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인쇄된 책을 놓고 보자면, 경어체는 아무래도 평어체보다 나의 확신을 전달해주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문제


두번째 문제도 있었다.

그건 바로, 경어체로 바꿨음에도 여전히 감정선의 흐름이 말하는 것에 비해서는 턱없이 아쉽다는 것이었다.

왜일까.


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글에도 말할 때처럼 내 감정의 흐름이 깊고 강하게 담길 수 있는걸까.


단순히 '필력부족'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나에겐 좀 더 디테일한 원인분석과 해결책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가며 나의 글쓰기 실력이 나의 마음과 정서를 더 잘 담아내가는 것은 당연히 평생에 걸쳐 추구해야하는 일이겠으나,

지금 당장의 내 방향에 큰 아쉬움이 있다는 것에서 나는 발걸음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곡을 쓰곤 하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곡에서, 실마리를 찾다


나는 작곡에 관심이 많아 곡을 종종 쓰곤 하는데, 생각보다 건반 앞에 앉아 오랜시간을 고민한다고 해도 탁, 하고 곡이 나오진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있다가, 똥을 쌀 때든 밥을 먹을 때든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집에 돌아올때든 갑자기 마음을 울리는 어떤 소절이 뇌리를 스치면 그 자리에 멈춰서서 그 선율을 재빨리 녹음하곤 했다.


그 선율은 그렇게 붙잡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마치 두더지를 잡는 것처럼 아주 희미하게라도 간질간질하게 무언가가 떠오르면, 어떻게든 그걸 붙잡곤 했다.


그리고,

나는 사실 글을 쓸 때도 언젠가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난 이미 그것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제길)

근데 까먹었었다.


나는 그렇게 떠오른 일상 곳곳에서의 악상들을 재료삼아, 전체 곡의 코드 진행을 갖추고, 곡의 형태를 구성하고, 거기에 내가 떠올린 악상과 어울리는 다른 파트의 선율들을 고민해서 곡을 만들곤 했다.


그래.

사실 글도 저렇게 쓰면 되는거였는데.

심지어 난 그렇게 글을 쓴 시기 있었는데..!!!

왜 그 때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까.

왜 그냥 그렇게 쓰다가 이렇게 쓰다가 하고 넘어가버렸을까.


문제의 원인은 글쓰는 프로세스에 있었다


이걸 실마리로 나는 해답을 얻었다.

문제의 원인은,

지금 내가 글을 쓰는 플로우에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글 전체의 목차를 잡고 각 파트에 들어갈 개략적인 글감을 어느 정도는 떠올린 후 글의 초고를 써내려갔다.


즉, 큰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어울리는 서론, 본론, 결론을 잡고 각 파트 안에 어울릴만한 소파트들을 떠올려본 후 그에 맞는 논거들을 샥 한 번 훑어본 뒤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패착이었다.

이러고 나면, 지금 무언가를 휘갈겨 써내려가려 했던 그 감정선이 이미 온데간데 없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히 그랬다.

곡의 악상으로 치면, 잠시 떠올랐는데 그걸 넣을 곡 전체의 주제와 BPM과 SongForm(곡의 전체 구성형태)과 주 재료로 쓰일 악기 따위를 생각하느라, 그 떠오른 선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과도 같았다.


XX, 그걸 깨닫지 못하고 그 짓을 하고 있었으니,,,


나의 글쓰는 순서는


큰 목차 작성 -> 초고 -> 1차 퇴고 -> 2차 퇴고 -> 평어체와 시나리오 등 다른 형태 글로 가공



이런 순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나에게 이건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떠오르면 일단 저 밑에 내장까지 끄집어내서 휘갈겨야 한다.

그게 곧 원석을 잉태해내는 일이고, 나의 잠재력과 예술성을 응축해 세상에 드러내는 첫번째 걸음이다.


혹시 글이 내 생각보다 무미건조하고 내 마음을 잘 담지 못하는 것 같다면,

이런 시행착오도 있으니 참고해보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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