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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Aug 28. 2024

글을 쓸때마다 올라오는 나의 충동

글을 쓰는 나의 욕망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나의 욕망


글을 쓰면서 느껴온 게 있다.

과거엔 자주 느꼈고, 지금은 좀 덜 자주 느끼지만, 느낀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건 바로,


내가 정돈된 글을 쓰려고 한다는 것.

그것도 처음부터.

이 '정돈된 글'을 쓰려고 할 때의 내 마음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왜 그러려고 하는지 이유가 나온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매력적이라 느끼고 잘 썼다고 찬사를 보낼만한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쓰는 걸 느낀다.

부지불식 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타인


글은, 내 생각과 감정, 가치관 같은 걸 지면 위에 쏟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교장이 자신의 생각을 '펜시브'라는 세숫대야(세수도 하는 대야인지는 모르겠다.)에 풀어놓듯이,

딱 그정도의 진솔함과 무질서함으로 내 마음을 쏟아부어놓는 것이라 느낀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서는, 누가 보고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글을 쓰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 놀랍도록 무서운 습관,

즉 타인을 부지불식 간에 상정해서 의식하고 그의 눈치를 보는 나의 자동적인 사고는

내 삶의 많은 것을 결정해왔고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그냥 메모장에 초고, 아니 초고라고 하기도 거창하고 그냥 아무 말이나 낙서하듯이 끄적이는 순간조차

있지도 않은 누군가를 무의식 중에 상정해서 그가 내 글을 어떻게 볼지를 자꾸만 걱정하고 의식한다.


함정


그러다 보니 점점 글 쓰는 게 힘들어진다.

어딘가에 게재할 거라는 전제없이 정말 순수하게 '낙서'를 메모장에 끄적이곤 할 때는

글쓰는 순간이 한없이 몰입되고 의식이 질서를 갖추는 즐거운 순간이었다.


글을 읽어보면,

그럴 때 쓴 글이 훨씬 진정성과 마음이 잘 담겨있고 정서도 글에 잘 배어나온다.


이렇듯 글을 쓸 때의 즐거움과 몰입도도 높고 글의 완성도나 진정성도 높다면,

당연히 아무 부담없이 낙서하듯이 글을 끄적이는 게 더 좋은 방식일텐데

희안하게도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글을 어딘가에 내보낸다는 전제가 깔리는 순간,

나는 글의 구조와 문장의 가독성과 대중성을 생각한다.

아주 처음부터 말이다.


창작의 근원


사실 이 글에서

내가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얼마나 나의 삶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작업은 분명 자유롭게 내 마음을 풀어서 내놓는 일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작곡을 하든, 글을 쓰든, 상담을 하든 반드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결국 부차적인 문제일 뿐,

일단 내가 창작해내는 창조물의 영혼이 깃든 핵심은

내 진정한 마음, 창조물 속에 쏟아부어진 나의 마음에 있다.

글 또한 결국 나의 창조물과도 같아서,

우선은 완전히 풀어헤치고 아무 규칙이나 거리낌없이 나의 마음을 지면에 쏟아붓는 것

가장 처음 할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 걱정이나 거리낌없이

일단은 쏟아부어야 한다.

그 어떤 존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온전히 나의 진정한 마음 그대로를 말이다.

골수에 새겨진, 창자에서부터 올라오는 날 것 그대로의 내 진심, 

그것을 우선 쏟아붓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글을 정갈하게 퇴고해나가고,

다른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일 같은 건,

지극히 그 다음의 문제다.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이런 것들은 실제로 굉장히 중요하다.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건 다분히 후반전의 문제다.

그리고 그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아니다.


내자신에게도 하는 말


헤밍웨이아 그랬던가.

모든 초고는 shit이라고.

원래 초고는 세계적인 거장이든 동네 초등학교 꼬마아이든 다 엉망으로 쓰는거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떻게 보일지,

혹여 너무 엉성하고 못나보이지는 않을지 생각하지 말고

손이 가는대로 일단 휘갈겨쓰자.


그러고 나서 다듬어가면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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