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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Aug 28. 2024

이 책을 집필 중인 이유

나중에 프롤로그에 적당히 녹여서 써야지 ㅎ

진짜인가


진짜 괜찮은건가.

참을만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실은 이제 견디기 버거운 상태인 건 아닌가.


이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거 안다.


보통은,

못 견디겠다 소리치고 눈물지어도,


너만 그런거 아니다. 
다 그러고 산다.
조금만 더 버텨봐라. 
시간 좀 지나면 괜찮을거다.
니 탓이 아니다. 
넌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히 어여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라고 말하니까.


정반대의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겠지.

가뜩이나 울고 싶은 애 울어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ㅋㅋ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봐라.

정말 괜찮은가.

진짜 당신이 스스로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되뇌이는 것처럼

지금도 충분히 살만하고,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은데

이 정도는 나도 감내해야하는 것일 뿐인가.


진짜인가.


역설


내가 심리상담을 하며 만난 내담자들은,

흥미롭게도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인내심 강하고, 더 친절하고, 더 차분하고,

더 능력있고, 더 사회적으로 기능을 잘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물론, 이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상담도 받으러 올 수 있는 것이니,

분명 그런 요인에 의해 편향된 것이긴 하리라 생각한다.


당장 오늘 새벽에 현장에 안 나가면 내 가족이 굶는데,

어느 누가 쉽사리 상담을 받으러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고 적응도가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괜찮은 건 결코 아니다.


당신이 남들에게 이쁨받고 인정받고

좋은 사람이라 칭송받는 것은

당신이 지금 괜찮은지,와 근본적으로는 무관하다.

오히려 반대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심각해서 격리나 즉각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외에도

마음이 겨우 숨만 붙어있는 채로 헐떡이고 있는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주위에 부지기수로 많다.


자살률 통계가 그걸 보여주지 않나.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25.2명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OECD 평균 2배 이상이고,

애초에 전세계 OECD 국가 중 20명 넘어가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 와중에 올해 1~5월 자살사망자는 작년보다 또 10% 늘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는 의미다.


끝도 없는 의무와 기대와 비난과 눈치에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를 정도로

저 바닥끝까지 침잠해간다.


그런데 정말 심각도가 높은 환자들을 빼면,

마음이 힘든 정말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사회에서 잘 '기능'한다.

막 눈도 못 마주치고, 입밖으로 한마디도 못꺼내겠고

감정을 주체못하고 폭발하는 게 아니라.

잘 웃어주고 시키는대로 잘 수행하고

아무리 모욕을 줘도 잘 참고

상처받아도 숨길줄 안다.

(나보다 낫다.)


역설적인 일 아닌가?


참고로, 

그 짓은 정말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버릴 때까지 끈기있게 지속된다.

사회적으로 기능을 다하다가 장렬하게 망가지는 셈이다.


사회와 학교에서는 그 모범적인 책임과 희생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지만,

개개인 각자에겐 이보다 더 큰 비극도 없다.

아닌가.


내가 이 책을 집필하는 이유


안 괜찮다는 걸 깨닫고 난 후.
이젠 도저히 더는 못참겠다고 생각한 후.


그 때를 위해서다.

이제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하기 위해서다.


내가 실은 괜찮은 게 아니었구나,

이제 더는 이렇게는 못살겠다,

깨닫고 나면,

사실, 여기서부터가 더 큰 문제다.

그럼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

가르챠주지도 보여주지도 않앗으니까.

사회와 학교와 어른들은,

주저앉지 말고 어떻게든 이악물고 버티라고 알려줬지

버티고 버티다 망가졌을 때 어떻게 하는지는

알려준 적도 보여준 적도 없다.


사실 그들도 그들의 어른과 학교에게서 그걸 배우지 못해서

저렇게 참고 버티고 잇는건데 뭐.


종교를 찾아가 잠시 위안을 받고,

이 모든걸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용서하고

지금 이대로도 난 자격이 있다며 

현실을 외면하면 될까.


아니면, 심리상담이라도 받으러 가면 될까.

잠시 위안은 되겠으나, 너무 기대하진 마라.

내가 아마 당신보다 상담심리학 교수들과 심리상담가들을 더 많이 만났지 싶은데,

그들도 당신과 다를 게 없는, 그저 한명의 직업인일 뿐이다.


지금까지의 이 삶이 진절머리나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이,

무얼 어떻게 해나가야 이 삶에서 벗어날수 있을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지금껏 버텨온 그 근성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그저 뭘 어찌해야할지 방향을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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