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1답게 해야 하는 이유
일을 일답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조직에서 일의 효율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최신 경영 기법들을 도입해 명확한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거나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소기의 성과를 내는 조직도 있겠지만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조직 문화 개편 사례들을 살펴보면 어째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과거 10년간 몸담았던 비영리 조직에서 코어 인력을 대상으로 2년 동안 다양한 업무 개편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협업 툴을 도입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적용하고 업무의 자유도를 높여서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워라밸을 지킬 수 있도록 가급적 정시 퇴근을 지키도록 노력했고 연차에 맞게 조금이라도 월급이 오를 수 있도록 월급 체계도 개편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즐겁게 일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인 '파뿌리 프로젝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에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실패의 근본 이유는 사람 수에 비해 일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이 작업을 진행한다면 과감하게 쓸모없는 일을 없애거나 일의 분량에 맞게 사람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것 같다.
1 + 0.1 = 2
일의 분량에 있어서 수학의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수학에서 '1+0.1'은 당연히 1.1이다. 하지만 일의 분량에 있어서 '1+0.1'은 2다. 일의 분량이 0.1이 늘어나면 사람 수는 2가 되는 게 맞다. 이런 단순한 원리를 무시한 채 업무 개편을 진행하면 100프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원리는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개인이 워라밸을 지키며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의 분량은 1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높은 명예를 위해 이 규칙을 깨다 보면 어느 순간 까맣게 타버린 성냥처럼 번아웃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1+0.1'도 1이고 '1+0.9'도 1이다. 심지어 '1+1, 1+2, 1+3'도 1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개인도 행복하지 않고 조직도 결국 병들 수밖에 없다. 물 한 컵에 담길 수 있는 물의 양은 결국 물 한 컵만큼이다. 그 이상 물을 붓게 되면 물은 흘러내린다.
만화 원피스에 보면 조로라는 인물이 동료애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정확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을 것이다.
동료애란 나에게 주어진 일을 명확하게 해내고
동료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든 해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생기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명확하게 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동료에게 내가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대부분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개인의 역량을 높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개인이 최선을 다해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의 분량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일은 '1'답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