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빈집이던 윗집에서 자정이 넘도록 소음이 들렸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빈집에 와서 도배도 하고 종종 시끄럽게 했기에 그들인 줄로만 알았다. 남편과 올라가 보니 맨발이 바닥에 쿵쿵 닿는 소리가 들렸다. 박스를 바닥에 쾅하고 내려놓는 소리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아아. 제발 새로운 이웃이 아니길. 만일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새 이웃이라면 그들 역시 층간소음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일 테니. 일말의 바람과 달리 밤 열두 시의 떠들썩한 소음은 새 이웃의 신고식이었다. 이삿짐센터 없이 이사를 온 그들은 한동안 소란스러웠고 우리의 아랫집 사람들은 다시 생사람을 잡기 시작했다.
관리실에 그들의 연락처가 없는 관계로 자정에 직접 벨을 눌렀다.
"저기요. 아랫집인데요. 저희 잠 좀 잘게요. 자정이 넘었잖아요." 몇 초 후에 인터폰으로 남자의 대답이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미안하고 경황없는 목소리였다.
얼마 후 윗집 신혼부부가 우리 신혼부부를 찾아왔다.
주말 오후에 이사떡을 들고서.
매우 내성적인 우리 남편이 그들을 혼자 맞기 부끄러웠는지 오랜만에 낮잠을 즐기고 있는 나를 깨웠다.
"윗집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응? 누구라고?"
"잠깐 나와서 인사할래?" 비몽사몽 상태인 나는 눈도 못 뜬 채 거실로 나왔다.
실내 현관에 그들이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 제가 자고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안구건조증이 심한 나는 애꾸눈으로 그들을 맞았다.
"지난번에는 미안했습니다. 저희 층간소음 신경 쓰고 살게요." 윗집 여자의 말에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다던 희망의 씨앗이 만개한 꽃이 되었다.
"아이코.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훈훈한 첫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윗집으로 돌아갔다.
신발장 거울 속의 내 몰골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여보. 나를 왜 깨웠어. 이런 꼴로 첫인사를 하다니."
"아. 나도 당황해서. 미안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불킥 챱챱. 고라니처럼 튀어 나가서 애꾸눈으로 인사를 하고 말이야.
비통스럽게도 신경 쓰고 살겠다던 윗집 여자의 말은 구라였다.
악의가 있든 없든 윗집 여자의 발 망치는 이 구역의 신흥 강자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랫집에서 다시 항의를 시작했다.
"윗집 이사 갔는데도 소음이 똑같네?" 그 말할 줄 알았지 내가. 백일 가량은 조용했잖아요!
"왜 잠을 안 자고 발망치를 찍어?" 아우. 아랫집 미친 사람들아. 우리 아니라고요!!!
오가며 자주 만났던 윗집남자는 여자와는 달리 사뿐히 걸어 다녔다. 그는 우리들처럼 조용한 걸음이 몸에 익은 사람이었다.
다만 남자는 본인 아내의 발소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윗집 여자의 발소리에 우리와 아랫집 간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서글서글하고 붙임성도 좋은 윗집 남자를 우리 부부는 좋아했다.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을 인간에게 하사한다 하셨다.
윗집 남자의 존재가 바로 우리의 존버(매우 버팀) 포인트였다.
아랫집은 상습적으로 한 집만 팼다. 우리 집과 아랫집의 전쟁이 끝나는 사건이 바로 다음 편에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