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이웃에 당첨되셨나요?
층간소음 일타강사 10
입주와 동시에 이사를 꿈꾸게 만든 나의 이웃들을 소개한다. 애석하게도 이번 이웃 뽑기 결과는 낙첨이다.
<앞집>
"현관에 CCTV를 달면 어떨까?" 아랫집, 우리 집, 윗집과 삼자대면 직후 남편과 대책 회의를 했다.
함께 후기를 확인하고 설치할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관리실에 문의하기 전에 앞집에 사시는 분들께 우리의 상황을 알리고 CCTV 설치 동의서를 써 주실 수 있는지 물었다.
"아이코. 힘들어서 어떡해.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필요하면 뭐든 해야지. CCTV 앞뒤로 달아놔요. 우린 아무래도 괜찮아요."
나와 남편은 평소에 앞집 분들과 잘 지냈다. 코앞에 거주하시는 이웃의 격려에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처음으로 부모님을 떠나 이룬 나의 허니문 하우스는 첩첩산중이었다. 모난 사람들 틈에서 원치 않는 싸움을 하고, 이리저리 치일 때에도 앞집 분들은 우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두 분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겐 힘이 됐다. 집 밖에 나와 '우리가 문을 잘 잠갔나?' 불안할 때에도 앞집 아저씨께서 흡연 때문에 자주 외출하신다는 이유로 안도가 됐을 정도다.
앞집마저 모난 이웃이 살았다면 우리는 엄청난 마음의 고립을 느꼈을 것이다.
(CCTV는 유선 상품으로 잘못 구매하는 바람에 반품도 못하고 설치도 못한 채 방치 중이다. 스튜삣.)
<윗집>
최근에 윗집 여자가 두 번이나 우리 집에 찾아왔다.
세면대에 문제가 생겨 고쳐야 했다. 수리사 분의 방문 전날 혹시 소음이 발생하는지 전화해서 여쭸다. 장시간 큰 소음이 발생한다면 승강기에 안내문을 붙이려 했다.
"소음이요? 전혀 발생 안 하는데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몇 분 안 걸립니다."
세면대를 손보는 당일 아침 열 시경. 수리하시는 분이 욕실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위치가 맞지 않는 관계로 딱 두 번 드릴을 사용하셨다. 욕실 배관을 통과하는 소음은 더 크게 들리므로 뜨끔했다.
몇 분 후에 벨이 울렸다. 딩동. "누구세요?"
"윗집인데요." 무슨 일이냐 하니 혹시 공사하냐고, 본인 아이가 자고 있으니 두 시간 후에 작업을 진행하란다.
공사라고 할 만큼 거추장스러운 상황이 아니었으나 손을 덜덜 떨며 흥분해 있는 여자를 보고 덩달아 안절부절못했다.
수리 아저씨께서 거실로 나와 말씀하셨다. "다 끝났어요."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했지만 드릴 두 번으로 항의를 받으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저 이런 사람들하고 같이 살아요." 아빠와 아저씨는 해도 너무 하다며 나를 토닥여 주셨다.
육아로 고생 중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아파트에 소음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 아침에 윗집 여자가 찾아왔는데 보통 아이 수면 시간에 맞춰 달라고 양해를 구하나?" 모두들 입을 모아 나를 '바보'라고 나무랐다. "밤늦은 시각도 아니고 아침에 찾아왔다고!? 나 같으면 한마디 했다.", "모든 아파트 사람들이 본인 아이가 자는 시간에 맞춰 공동 육아를 해야 돼?" 듣고 보니 맞는 말씀.
그런데 며칠 전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고 윗집 그녀가 또 찾아왔단다.
혼자 있던 남편이 문을 열었는데 다른 집에서 계속 소리가 나자 재빨리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불나방이 울고 갈 음(音)나방일세?
그녀의 발망치야 말로 공사현장을 방불케 하는데 참 독특한 사람이다.
이런 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윗집 아저씨는 우리를 만날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신다.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세요?"
"하하. 저희 편의점에 가서 포켓몬 빵 사 왔어요." 하하도 아닌 흑흑도 아닌 웃음을 지으며 우린 그와 인사한다. 겉으론 하하하 속으론 흑흑흑. 이웃 간의 인사가 층간소음의 완충 역할을 해낸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겠다.
<아랫집>
쩜쩜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윗윗집>
나와 눈싸움을 줄기차게 했던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과, 반려견을 안은 내가 북적북적 함께 엘리베터를 탔던 적이 있다. 눈치 없는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에서조차 쿵쾅이며 소리쳤다. "우와. 강아지다. 강아지!"
아아. 이럴 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한담. 이모가 너희들한테는 악감정이 없는데 인사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거든? 강아지가 흥분한 아이들을 경계하는지라 몸을 돌려 주둥이를 막았다.
그 후 나와 친한 지인이 윗윗집 여자와 중고거래를 하는 일이 있었다.
"야. 여기 그 여자 사는 곳 아니야?"
"헉! 맞아. 거래 잘하길 바란다." 사람은 돌고 돌아 만난다고, 그 말이 딱 맞다.
친구는 중고거래를 잘 마치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거래할 땐 의외로 모난 구석 없는 그녀였단다. 이 일을 계기로 또 한 번 알게 모르게 차가운 마음이 녹아내렸다. 이것 역시 나만이 아는 비밀.
글을 쓰는 도중에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죽을 고비가 와도 안 바뀌는 게 사람이래." 크게 한 번 뿜고 공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사람은 안 바뀌지만 이웃은 바뀔 수 있으니까.
흑과 백의 조화를 잘 이루는 나의 이웃들.
"구관이 명관이라고 앞으로 또 어떤 사람들이 이웃으로 올지 모르겠다." 남편이 산책 중에 한 말이다.
그러게 우린 앞으로 또 어떤 이웃에 당첨될까?
위아래로 좋은 이웃이 산다면 복권 당첨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좋은 아파트에 살아도 못된 이웃들이 살면 집이 싫어지고, 좋은 이웃들이 곁에 있으면 사는 게 재미나니까.
친한 지인들과도 선뜻 인사하지 못하고 숨어 버리는 내향인 부부의 아파트 생활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조금은 더 단단한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갖은 고생을 다 겪었으니 앞으로 좋은 이웃에 당첨되던지, 복권에 당첨되던지 둘 중 하나는 꼭 좀 이뤄지길.
영원한 미움도 악연도 없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에헤라디헉! 낙첨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