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뚜루마뚜루 명품백과 나란 사람

알마 BB 씨의 가르침

by 미세스쏭작가

명품백에 부쩍 관심이 가던 시기가 있었다. 명알못이었던 나는 급기야 입문백, 휘뚜루마뚜루백, 명품백 추천 영상까지 찾아보며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하나 있던 명품 가방의 가죽이 어찌나 여리고 민감한지 습도에 따라 못생긴 주름이 지는가 하면 조금만 긁혀도 그대로 흠집이 생겼다. 게다가 캐주얼 한 복장을 즐겨 입는 내게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열성적으로 명품백을 탐색하는 내게 남편이 물었다. "요즘에 명품 가방 공부해? 생일에 백화점에 가서 하나 사 줄까?" 선물을 받기도 전에 냉큼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건넸다.


휘뚜루마뚜루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명품백을 찾아라! 후보군을 정한 상태로 백화점에 가서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루이뷔통 알마 BB라는 가방을 구매했다. 그러나 나는 이 가방을 끝으로 더는 명품을 갈망하지 않게 되었다.


볼펜 하나, 에코백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내게 휘뚜루마뚜루 들 수 있는 명품백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명품백은 자고로 바닥에 휙휙 던지고, 더러워지거나 말거나 말 그대로 휘뚜루마뚜루 매고 다녀야 멋이건만. 모든 물건을 귀히 여기고 아끼는 사람에게선 그런 포스가 나올 리 없었다. 작은 물건에도 애정과 의미를 심는 내게 남편이 흔쾌히 선물한 명품백은 또 얼마나 귀했겠는가. 이 가방을 사 주기 위해 여러 날 지독한 민원 업무를 견디며 고생했을 그였다. 어째 가방을 볼 때마다 신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짠했다. 휘뚜루마뚜루 들고자 산 아이템을 애지중지 여기는 주인에게 어느 날 알마 BB가 이렇게 속삭였다. "나로 만족하고 끝내." 그 후로 두 번 다시 명품백 추천이니 언박싱이니 하는 영상들을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관심 또한 자연히 식었다.


휘뚜루마뚜루 백의 대명사 알마 씨 덕분에 다시 에코백과 백팩을 즐겨 메게 되었고 일렬의 심오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노년기의 내가 여태 살아온 날을 회상할 때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품절 대란을 뚫고 알마 BB 씨를 손에 넣은 거? 퍽이나...

반면 후회하게 될 일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재물을 쓰지 못한 것. 유한한 자원으로 이웃을 돕지 않고 나만 생각하며 산 것. 남편과 젊을 때 더 많은 곳을 여행하지 못한 것. 이러한 점들이 가장 후회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그제야 무형의 것들에 오롯이 마음과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내가 붙들고 웃을 수 있는 추억 만들기에 시간과 물질을 쏟게 되었음은 당연하다. 요즘엔 여윳돈이 생기면 "맛있는 거 사줄게. 모여!"를 외치는 나다.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에도 먹어서 없어지고, 나눠서 사라지는 것들로 기념을 갈음한다. 예전 같으면 나에게 주는 보상이네 선물이네를 주장하며 가장 먼저 옷부터 구매했을 사람인데 내가 이렇게나 바뀌었다.

우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자원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라는 걸 여실히 깨닫는 요즘. 아빠의 손등에 핀 검버섯, 가까운 물건이 안 보이기 시작하신 엄마의 눈, 기후 변화로 점점 더 짧아지는 가을과 봄을 지켜보며 미니멀라이프를 향한 의지를 다진다. 살림살이의 가짓수는 물론 지나친 욕심, 불필요한 생각과 관계, 무익하고 복잡한 상념까지 줄여 가는 나를 오늘은 힘껏 토닥이고 칭찬하련다. 비싼 깨달음을 준 알마 BB 선생에게 고맙단 인사를 전한다. 명품으로 배우는 인생 공부는 이것으로 끝냅시다 그려.

남편이 사 준 삼대천왕 백. 셋 다 소중하다. 그와중에 휘뚜루마뚜루 들기 가장 어려운 놈은 가오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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