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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쏭작가 Nov 05. 2024

숙면을 사랑하는 부부의 꿀잠 도우미

판매가: 6,800원, 감정가: 6,000원

 "혹시 그거 챙겼어?" 잠자리가 바뀔 때마다 남편은 매번 같은 질문을 다. 처음엔 무얼 찾는지 몰라 되물었지만 이젠 척하면 척이다. 그가 찾는 것은 이름하여 '입 벌림 방지 테이프'.

 일본 여행 중에 꼭 사고 싶은 게 있다던 남편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쇼핑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왔다. "이게 다 뭐야?" 제품 상단엔 하얀 테이프를 입에 붙인 채 미소 지으며 잠든 여자 사진이 보였다. '별 희한한 걸 다 사는군.' 의아한 나는 일단 다섯 상자만 구매하자며 남편을 설득했다.

 한 상자에 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제품이었지만 다 사용하지 못하고 버릴까 염려됐다. 실용성이나 안정성 또한 미지수였기에(포장지에 적힌 일어를 못 읽음) 대량 구매를 종용했다. "다 사고 싶은데. 얼마 하지도 않는데." 남편은 아쉬운 표정으로 열상자 대신 다섯 상자만을 계산대에 올렸다. 나의 실수였다.


 수면 시 호흡을 코가 아닌 입으로 하는 우리 부부는 만성 피로를 달고 살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고쳐지지 않는 구강 호흡은 오랜 미해결 과제였다. 입을 벌리고 자는 행위가 흡연을 하는 것보다 나쁘다고 하는데. 꿈나라로 떠난 사람의 입을 어찌 틀어막으랴. 입호흡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목구멍은 칼칼하고 입안이 가뭄 나듯 메말랐다. '잠결에 입속으로 벌레가 들어갔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목이 아픈 날도 많았다.

 입국 후 반신반의하며 입 벌림 방지 테이프를 사용했다. 처음엔 잠든 지 몇 시간도 안 돼 테이프가 가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침대 시트나 바닥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보니 허무했다. '에게. 이게 뭐야. 붙이나 마나네.' 14개밖에 되지 않는 테이프를 부부 둘이서 나눠 쓰고 침대, 베개, 이불 곳곳에 양보했더니 금세 동이 났다. 점차 제품에 적응된 우리 부부는 수면 시 드디어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게 되었다. 수면 질이 껑충 뛰어오르자 확실히 몸이 덜 피곤하다는 남편은 입 벌림 방지 테이프와 사랑에 빠졌다. "테이프 몇 개 남았어?" 아차.


 다행히 온라인을 통해 국산 제품을 발견했다. 사는 김에 여러 상자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제품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붙이고 떼는 편리함이나 사용감은 일본 제품이 나은 듯했다. 반면 국산 제품은 가로폭이 넓고 접착력이 더 강력했다. 크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보고 가위를 소독하여 절반 크기로 나눴다. 상자에 30개였던 테이프를 60개로 늘려 가격 부담을 줄였다.

 사람의 코는 미세먼지와 곰팡이 포자와 같은 유해물을 걸러내고 정화하는 역할을 한단다. 이토록 좋은 자체 공기청정기가 자나 깨나 잘 작동해 주면 좋으련만. 밤마다 수면 테이프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현실이 애석하다. 이렇게 해서라도 꿀잠을 청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해 두자.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남편의 수면 상태는 최악이었다. 구강 호흡과 더불어 무호흡 증상까지 심각했다. 숨을 편안히 쉬지 못해 잠결에 본인의 코를 두들겨 패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오던 잠이 달아나는 지경이었다. '얼마나 불편하면 저럴까.' 무호흡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를 깨워야 하는 상황도 잦았다. 숙면에 진심인 그는 본인이 무호흡을 하거나 코골이를 심하게 하면 꼭 깨워 달라 청했다. (그러면 나는 언제 자니?)

 알레르기와 만성 비염을 앓는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그 결과 남편은 새 사람이 됐다. 잠만보라는 별명을 지녔던 그는 이제 나보다 짧게 자고 훨씬 팔팔하게 하루를 보낸다. 잠과 몸과 삶은 모두 한패다. 숙면은 역시 최고의 보약이여라!


우리 부부의 꿀잠 비결은 이러하다.

1. 달리기

2. 집안 청결

3. 암막 커튼

4. 입 벌림 방지 테이프

5. 다음 편에서 공개!

미세스쏭작가의 내돈내산 물건 이야기. 꿀잠도 템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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