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까지가 아니라, 먹는 것만이 운동이다!
필라테스를 한 달 정도 쉬다가 복귀했다. 몇 해 동안 다녔던 센터지만 막상 다시 수업을 들으러 가려니 몹시 어색했다. '날도 추운데 며칠만 더 쉬다가 갈까?' 망설임은 예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행동으로 바뀌었다. 이미 예약 버튼을 눌러 버린 여자는 퇴근 후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겨울바람을 뚫으면서 센터로 갔다. 조금 쉰 만큼 필라테스 권태기도 극복되었길 바랐다.
"안녕하세요. 회원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바쁘셨어요?"
"안녕하세요. 네. 조금 바빴어요."
제법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아뿔싸. 언니들? 그간 맛있는 걸 얼마나 많이 드신 거죠? 딱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한 달 만에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 찐 자가 되어 있었다. 아. 역시. 권태롭다. 필라테스.
당황한 기색이 표정으로 드러날까 얼른 시선을 발끝으로 향했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필라테스 강사님의 뱃살이었다. 뭐지 이 배신감은. 우리가 얼마나 몸을 사방으로 쥐어 짜가며 고생을 해왔는데. 어찌하여 한 달 사이에 다들 이렇게 확 찐 자가 되었단 말이어요. 역시 운동보다 중요한 건 무얼 먹느냐였다.
강사님은 나의 옆구리를 잡으며 "코어가 더 좋아졌네."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내 뱃속에는 요즘에 빠져 버린 수 개의 두바이 쫀득 쿠키와 티라미수 케이크와 인스턴트식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하나만 더! 다시 세 개만 더!" 강사님의 얄미운 구령은 "딱 한 입만 더."라는 구질구질한 먹부림으로 바뀌었고 힘든 동작을 할 때마다 '그렇게 처먹지를 말걸!' 하는 후회가 반복될 뿐이었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피부과 시술보다 중요한 건 홈케어예요." 센터에 가서 잠깐 운동하는 행위가 간단한 시술이라면 평소의 자세와 식습관은 홈케어이다. 근래의 나는 이를 모두 놓은 상태로 지냈다. 고작 오십 분 운동하고 와서 고봉밥을 잡순 후 곧장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서 먹고 귤을 봉지채로 까먹고 두바이 쫀득 쿠키까지 거나하게 먹고 혈당 스파이크에 두들겨 맞은 상태로 침대에 드러눕는 짓을 반복했던 나쁜 생활습관을 돌아본다. '아이. 그래도 운동했잖아.', '맛있다.'라는 말을 겨울 내내 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거 실화? 필라테스 계속해? 말아? 이 고민보다 중요한 게 뭔지 오늘에서야 확실히 알 것 같다. 두쫀쿠 하나를 먹으면 중강도로 50분을 달려야 한다는데. 내 식습관은 전업 운동선수로도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이다. 역시 필라테스는 잘못이 없다. 생수조차 맛있는 나의 오랜 지병을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