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이별하지 맙시다

겨울의 이별을 목욕탕과 스타벅스에서 이겨낸 여자

by 미세스쏭작가

"그 사람을 떠나보냈던 겨울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쪽이 시려요. 그때 내가 얼마나 춥고 아팠던지. 그 후로 겨울을 싫어하게 됐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함께 울컥하면서 맞아 맞아 공감하게 됩니다. 저 또한 겨울에 이별했다가 마음의 저체온증을 크게 앓았던 경험을 해 봤습니다. 어떤 계절이든 이별은 아픈 법이지만 겨울에 하는 이별은 유독 더 시리고 지독한 통증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팔 월에 태어난 저는 여름철이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량도 많아집니다. 반면 체질적으로 추위를 몹시 많이 타는지라 어려서부터 겨울을 가장 싫어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오매불망 봄과 여름만을 기다리는 사람. 수족냉증이 심해서 심신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그런 유약한 사람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힘든 계절에 이별까지 했으니 얼마나 더 괴로웠겠습니까.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도 가장 춥고 외로운 날일 뿐이었지요. 반면 여름엔 여행도 다니고 땀 흘리며 운동도 하고 외출도 자주 하면서 이별의 아픔을 빨리 떨쳐냈습니다. 겨울에 비하면 여름은 일상을 다채롭게 채울 수 있는 장치들이 두 배로 많은 셈이었습니다.


겨울에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인상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대기석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머리를 다듬는 순간에도 미용실엔 무거운 이별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선생님. 계속 슬픈 노래가 들리네요."라고 넌지시 운을 뗐더니 빗과 가위를 들고 있던 젊은 여성 분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 중이라는 속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조금이라도 위로를 얹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겨울에 이별하니까 더 힘든 것 같아요."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맞아요. 어떤 계절이든 이별은 힘든 거겠지만 겨울엔 이별하면 안 돼~!" 그러자 그녀는 내가 뭘 좀 아는 사람이며 반색을 표했습니다. '겨울 이별'이라는 화두를 놓고 실컷 수다를 떨면서 마음의 온기를 나눴습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사람 일이고 남녀의 관계입니다만. 가장 싫어하는 계절, 유독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계절에는 이별을 피했으면 합니다. 이별에도 전략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이성친구와 대판 싸우고 갑자기 겨울에 이별을 통보했던 과거의 저를 생각하면 여러 의미로 웃음이 납니다. 만일 오랜 시간 겹겹의 추억이 쌓인 사람과 이별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끝이 보이는 인연을 붙잡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계절에 이별하면 좋겠습니다. 신체의 제약이 덜할수록 마음도 강건하게 버텨지는 법이니까요.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았다면, 그것도 이렇게 추운 계절에 매서운 이별을 겪고 있다면 말입니다. 매일 따뜻한 차 한 잔씩 마시면서 울고, 뜨뜻한 물에 반신욕 하면서 울고, 달콤한 귤 까먹으면서 울고, 군고구마 껍질 벗기면서도 우세요. 잘 먹고 잘 쉬고 마음껏 슬퍼하다 보면 온통 분홍으로 물든 아름답고 잔인한 봄이 오겠지요. 화사하게 웃는 사람들 틈에서 조금 더 슬퍼하다 보면 온전히 내 곁을 내어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겁니다. 영원히 슬프기만 할 것 같던 계절도 백일만 흐르면 잠적을 감춥니다. 찰나의 아픔을 견디고 나면 그 힘으로 다른 누군가를 지켜 줄 수가 있더군요. 저는 이 사실을 겨울의 이별을 통해 배웠습니다.

추워도 건너야지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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