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근하는 삶
운동을 좋아하지만 결코 체력은 늘지 않는 사람은 주말을 환자처럼 보내기 시작했다. 평일 저녁엔 기절하듯 잠이 드는 건 기본이고 주말에는 암막커튼을 치고 누워 지내면서도 자도 자도 피곤하단 말을 앵무새처럼 읊었다.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글쓰기도 하고 싶고 책도 읽어야 하는데. 분주한 마음과 달리 감기는 눈꺼풀의 힘이 어찌나 천하장사인지. 필라테스를 하면 뭐 하나. 달리기를 하면 뭐 하나. 회의감이 들 정도로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 때문에 이 주일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 다신 출근이란 없다고 그렇게 믿고 룰루랄라 행복한 반백수 생활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력서를 넣었고 덜컥 합격하여 하루아침에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내 소식을 들은 가족들 모두가 "갑자기? 출근?" 어리둥절하며 몹시 반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급작스러운 도전이지만 어쩌면 마음속으로 오백 번은 고민해 왔던 무거운 변화이다.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 용돈을 받으며 사는 삶엔 편안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존재했다. 치솟는 물가는 남편의 땀과 눈물로 얻은 일용한 임금을 추월한 지 오래였다. 만 원짜리 식사를 사 먹으면서 "여기 정말 저렴하다."라고 감탄하는 일상이 문득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건 다 올라도 내 월급은 안 올라요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고 살았는데 나날이 치솟는 물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짐을 남편이 지고 가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이 들었고 이런저런 잡념 때문에 뜬눈으로 새벽을 맞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회사원이 되는 건 마지막까지 보류하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남편이 사용하고 간 수건이 벌써 물기 없이 바짝 말라 있었다. 핸드폰에는 "사랑해요. 오늘도 힘내자."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매일 성실하게 출근하면서 한 번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배우자.
아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아도 매일 아침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남편.
그런 그를 보며 같이 짊어질 수 있는 짐이 있다면 하루라도 젊을 때 반쪽 어깨를 내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사랑해도 마음만으론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랑의 행위에도 결국 돈이 필요할 때가 많다. 나도 이 남자에게 때론 용돈을 주고 싶고, 내가 번 돈으로 여행도 가게 해주고 싶단 바람을 실천할 적기가 된 것 같았다.
이력서를 제출한 후 이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남편에게 든든한 아내고 되고 싶어요. 돈을 벌게 된다면 다시 십일조도 내고 싶어요. 길이라면 열어 주시고 길이 아니라면 문을 꽝 닫아 주세요."
기도의 응답인가. 극적으로 취업 문이 활짝 열렸고 합격 소식을 남편에게 알린 날 아내는 살짝 배신감이 들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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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합격한 장본인보다 몇 배로 좋아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취업을 했다고, 아주 대단하다고, 축하한다고, 잘 한 결정이라면서 내적 기쁨을 꾹꾹 눌러 담은 칭찬을 하사했다. 밤이 늦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며 신나서 잠 못 드는 그를 보며 덩달아 기뻤고 한편으론 어이없었다. 아무리 봐도 취업 축하턱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 쏴야 할 것 같다. 참나. 취업하길 참 잘했다. 여보.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