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경고를 받았습니다

아무튼 죄송하지 말입니다

by 미세스쏭작가

"도서관 노트북 이용석"에 앉아 에세이 한 편을 썼다. 누군가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도서관의 공용 컴퓨터를 쓰려고 시도했으나 너무 이른 시각에 예약이 마감됐다. 사람이 드문한 자리에 앉아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 키패드를 두들겼더니 어깨까지 결렸다. 내가 타자 치는 소리를 두 귀로 확인하기 위해 에어팟도 끼지 않고 조심스럽게 글을 쓰면서 ‘역시 내 집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내 노트북은 소음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성격 상 조심 또 조심 주의를 기울였다. 더운 날씨를 피해 도서관으로 피서를 왔는지 의자에 대자로 누워서 자는 사람도 보이고, 도서관 지붕이 떠나가라 악을 쓰며 우는 아이도 있었다. 여행을 마친 직후라 살짝 피곤했지만 에세이 한 꼭지를 완성할 때까지 도서관 밖으로 나가지 않겠노라고 마음먹고 열심히 글을 썼다. 수많은 책에 둘러싸여 창작 활동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장작 네 시간 동안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속독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대여했다. 한 시간 반 정도에 걸쳐 집중해서 글을 완성한 후 잠깐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공용 와이파이의 정보를 알아 왔다. ‘딸깍’ 마우스를 이용해 와이파이 창을 여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하얀 옷을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오른쪽에 서 계셨다. ‘음? 무슨 일이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마우스 소리 내지 말고 노트북 키패드를 이용하세요.”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얼떨결에 나도 그녀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네. 안 쓸게요.”


순종적인 나의 반응을 보고 만족하며 돌아간 그녀의 자리는 내 뒤의 옆, 옆의 책상 끝자리였다. 저렇게 먼 자리에서 마우스 소리를 듣고 경고하러 왔다고? 왠지 등골이 오싹해진 나는 더는 도서관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 졌다. 서둘러 글을 저장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속상한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한마디 하지 그랬냐며 나를 대신해 으름장을 놓았다. “나도 한마디를 하긴 했어. 네. 안 쓸게요라고.” 그 상황에서 반성문 쓰는 어린아이처럼 반응한 내가 너무 웃겼다. 소머즈 급인 내 귀로 들어도 매우 작은 소리였지만 누군가에게 피해가 된다면 원인 자체를 제공하지 말아야지. 도서관에 무소음 마우스와 키보드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던데 앞으론 그런 제품을 대여해서 사용하거나, 도서관에서 글 쓰는 일을 삼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독서실에 다니던 고시생 시절에 웃지 못할 사연들이 생각났다. 친구 한 명은 지퍼 달린 가방을 쓴다는 이유로 이런 메모를 받았다고 한다. “독서실에 다닐 때는 지퍼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 가방을 사용하세요.” 남편은 지우개 사용 시 살살 조심히 사용하라는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철필통 사용 금지’라는 쪽지 또한 놀라웠는데. 사람 모이는 곳에서 사람이 내는 소리 하나하나 반응하면 정작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된다. 작은 것은 서로 이해하면서 꼴을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킬 건 지키고 눈 감아 줄 건 적당히 용인하면서 말이다.

이번을 계기로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게시판을 확인했다가 온갖 민원이 넘쳐나는 민원 게시물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아아. 도서관 공무원도 하루하루가 곤혹이겠구나. 열람실에서 큰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본인 집처럼 누워서 코를 고는 사람, 타닥타닥 큰 소리로 키보드를 두들기는 사람, 가방 하나를 올려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사람 등.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이들로 인해 날마다 민원은 들끓고 애먼 사람들이 그들을 대신해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다양한 민원에 이리저리 치이며 닳아져 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 안쓰럽다. 민원을 넣는 사람도 처리하는 사람도 스트레스 관리가 급선무다. 내 마음이 건강해야 타인을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 심신의 건강을 위하여 토닥토닥 나를 잘 다스리며 삽시다.

요란한 마음의 소리부터 다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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