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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Dec 27. 2017

뜨끈한 굴국밥 말아먹을 시간

병원에서 기다리다 쓴 문장

병원이다.

피를 뽑고 난 자리에 붙인 밴드를 떼어냈다. CT촬영을 위해서는 한시간 동안 채혈결과가 나오길 기다려야한다. 무심히 몫을 하던 심장이 잘 지내는지 검사하는 오늘이다. 큰일을 겪고서도 소홀히 다뤘던 몸 덩어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다짐은 오래가지 못한다.

눈 떠보니 응급실 천장이 보였지. 응급실 자리를 지나며, 온 몸에서 지르는 비명에 생각이고 정신이고 온전치 못한채 바들바들 떨던, 더웠던 6월이 떠올랐다. 으으.

오늘은 마침 김치 싸대기 맞은듯 춥다. 으으. 그래도 추위를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다라는게 어디랴. 별거 아닌 것들에 감사.



가로로 길게 늘어진 대기의자에서 앉아 무심히 던진 시선 끝에 노부부 한쌍이 있다. 서로 손등을 내어주고 손바닥을 얹어준 두 손이 보인다. 단단한 손이다. 어디선가 응앙응앙 당나귀 우는 소리 들리는듯하다.


이렇게 기다릴거 알았으면 책 한 권 들고올걸 그랬다. 문장이 길어진다는건, 전자렌지 타이머 기다리듯 더디게 가는 시간 덕이다.

검사결과 이상 없음.

뜨끈한 굴국밥을 말아먹을 시간이다.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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