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꾼

김민식 피디의 <매일 아침 써봤니?>

by 하일우


서재 서적들 틈바구니에서 각 잡고 끼여 있었습니다. 신영복 교수님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회상하셨던 여름 징역살이와 흡사한 신세였더랬죠.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더위 꺾이는 틈을 타 드디어 제 간택을 받았습니다. 김민식 피디의 <매일 아침 써봤니?>. 그는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인생이 괴로울 때는 인상을 쓰지 말고 글을 쓰세요. 괴로움을 글로 쓰면 즐거움이 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책을 딱 펼치자마자 다음 문장이 제 품을 푹 파고들었습니다. 최상의 은퇴 솔루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에세이의 핵심 또한 선명하게 압축되어 있네요.


은퇴 문제에서 최고의 해결책은
은퇴하지 않는 것입니다.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고 싶어요.



모든 문장이 잉크를 모아 외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끼적이라고.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그의 든든한 격려에 힘입어 꾸준히 쓰게 된다면, 책 제목은 <매일 아침 마셔봤니?>가 될 것입니다. 은하계에 흘러 넘치는 모든 술에 혀를 대보고 강약과 완급과 장단점과 호불호를 떠들어볼 작정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으로 잡문의 대미를 장식해볼까 합니다. “평생을 술꾼으로 살고 싶어요.”


한 작가님이 보내주신 문래 맥주. 소문 내고픈 풍미를 지녔습니다.
요즘 꽂힌 술은 태을주. 7,777잔 넘게 홀짝인 적도 있다.

청년 김민식은 어느 해에 다독자 최우수상을 탑니다. 고향인 울산의 남구 시립도서관이 준 상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헤아려보니, 대략 200권쯤 대여했더랍니다. 매일 켜켜이 책 곱씹는 독자가 매일같이 글 뽑아내는 필자가 되는 것이겠지요. 뽕잎 잔뜩 갉아먹은 누에가 자기 몸의 1만 2천 배에 달하는 명주실 뽑듯이.

저도 슬렁슬렁 비슷한 짓을 해볼까 합니다. 울산 남구 태화강변에서 서식하는 서생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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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오래 머문 골목이 책 곳곳에 있었습니다만, 딱 두 군데 명주실만 일단 뽑아 봅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조를 때가 고마운 때입니다.


지금 제가 딱 그렇습니다. 조안이가 조를 때 흔쾌히 응하겠노라 다짐합니다.


유치원 친구, 베티네 집에서 딸내미는 첨벙첨벙.

물놀이도 종종 즐기고, 소소한 여행도 자주 하렵니다. 아주 가끔 방탈출 카페도 들르고.


동창회 방에서 겨우 탈출했습니다. 자물쇠 풀릴 때 짜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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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요. 머릿속 생각이나 말 한마디는 나를 붙들지 못하지만, 글로 남긴 약속은 인생을 바꾸는 마법의 주문이 됩니다.


쓰면 이루어진다죠. 체험적으로 절감합니다. 글은 자석입니다. 꿈을 이루어주는 철가루가 활자에 착착 달라붙습니다. ‘써본다’는 말이 ‘쓰면 보인다’는 뜻으로 새겨집니다.

북유럽 최고의 멘탈 트레이너, 에릭 라르센은 <최고가 되라>며 일갈합니다. “출발하는 힘이 동기라면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은 습관이다.”

김민식 피디가 글쓰기 동기 부여는 똑 부러지게 해줬습니다.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습관을 다듬어야 할 때입니다. 기꺼이 정진, 기어이 전진!

꾸준한 오늘, 무한한 내일. 그렇습니다. 매일 하는 것은 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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