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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음

2025년 1월 11일 - 탐색의 시작

사망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다.

외부인의 침입은 어떤 흔적도 없다.

신발장에는 나갈 때 바로 신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신발이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새로 구매했는지 포장도 뜯지 않은 청소 도구 세트가 놓여있다.


식탁과 싱크대는 깨끗했다.

입주청소라도 한 듯, 어떤 흔적도, 사용감도 남아있지 않았다.


냉장고를 열어봤다.

남겨진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오게 될 사람들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새로 사서 뜯지도 않은 비타민 음료만 한 박스만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박스 가운데에는 쪽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식탁 의자도 식탁 안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흰색 봉투가 곱게 접혀있었다.

역시나 봉투에는 쪽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봉투를 톡톡 두드려보고, 눈을 감았다.

집주인이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쪽지를 썼을지 감정을 생각해 봤다.


미간에 힘이 살짝 들어갔다.

난 깊은 숨을 한번 크게 몰아쉬고 침실 쪽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어떤 저항흔도 있지 않았다.

부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깔끔하게 정돈된 옷차림으로 차분히 누워있는 사망자만 있을 뿐.


깊은숨을 내쉰 뒤, 나는 다시 신발장부터 시선이 거치지 않은 곳을 훑었다.

만약, 이 현장이, 이렇게 보이도록 설계된 것이라면?

깔끔함에 감춰진 단서가 어딘가 남아있다면?

그 어떤 흔적도 완벽하게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면, 어디에서 흔적이 남았을까?

범인은 어떤 실수를 남겼을까?

나는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공기의 흐름부터 확인했다.

오래된 가구 특유의 냄새.

창가 쪽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곰팡이 냄새.

그리고...

어? 이 냄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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