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다.'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대산홀.
저녁 7시 반의 강연장은 이미
부드러운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책의 첫 장을 펼치기 전처럼,
오늘 내가 들을 이야기도 아직은
여백 속에 있었다.
강단에 선 이는 나민애 서울대 교수.
문학평론가이자, 시 큐레이터,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딸.
그녀의 목소리는 시처럼 단정했고,
편안하고, 문장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그녀는
“시 속의 단 한 줄이라도
마음에 새긴다면,
그 한 줄이 당신을 살아가게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적으며, 문득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종종 부드럽지만 너무 쉽게
흔들린다.
작은 말에도 마음이 착잡해지고,
사소한 상처에도 오래 머문다.
그러나 삶은,
때로 더 단단해지길 요구한다.
유연하되 부서지지 않는,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단단함이
필요하다.
그녀에게 그녀의 아버지의 시가
풀꽃처럼 다가와
“너는 너대로 아름답다”라고 속삭였듯,
어쩌면 나도 나만의 문장으로 누군가를
살려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마음부터 단단히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강연이 끝난 뒤, 기억할 문장은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다.’였다.
오늘 내가 새긴 한 줄이었다.
아마 이 문장은 앞으로 나를 오래 붙잡고
있을 것이다.
세상이 더 하라고 할 때
세상은 늘 나를 재촉했다.
더 하라고,
더 잘하라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마치 나만 못하는 사람인 듯,
느리게 가는 나를 탓하는 듯했다.
그럴수록 나는 숨이 가빠졌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무섭고,
홀로 초라하게 서 있는 내 모습이
두려웠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길을 잃은 건지,
불안이 목을 조여왔다.
그때 떠오른 이어령 선생님의 말,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땐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쓰세요.”
글을 쓰는 건,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잠시 멈추게 하는 일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붙잡듯,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를 쓰다듬듯,
나를 조금 덜 몰아붙이고,
덜 다그치는 일이다.
세상이 더 하라고 할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을 살리는
한 문장을 고른다.
그 문장이 나를 구원하고,
마침내 나를 나답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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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어른
작사: 콩새작가
작곡:수노
1절
세상은 더, 하라고 말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나만 못하는 거라며
작은 마음을 흔들어 놔
완벽하지 않음이 두렵고
홀로 서 있는 게 무서워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매일같이 불안해져 가
그럴 땐 나를 불러줘
소중한 이어, 나를 구원해 줘
빗방울 속에 숨은 별빛처럼
내 안의 길을 비춰줘
2절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누가 “괜찮니” 물어봐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아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떨어진 단추를 세어보며
사소한 마음을 적어내면
다시 숨이 조금 쉬어져
그럴 땐 나를 불러줘
소중한 이어, 나를 구원해 줘
빗방울 속에 숨은 별빛처럼
내 안의 길을 비춰줘
세상이 더 하라고 해도
난 잠시 멈춰 설 거야
한 줄의 문장이 나를 살리고
다시 나답게 만들 거야
소중한 이어, 나를 구원해 줘
단단한 어른이 될 때까지
한 줄의 문장 품에 안고
나를 잃지 않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