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긴장과 일상의 권태 사이에서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is, 1829–1896)'는
각각 '나의 첫 번째 설교(1863)'와
'나의 두 번째 설교(1864)'라는 제목으로
일 년의 차이를 두고 그림을 그렸다.
작품의 내용은 한 소녀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교회 설교 시간의 대비된
태도였다.
'나의 첫 번째 설교(1863)'는 갓 교회에
나온 어린 소녀가 처음으로 설교를 듣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곧고 단정한 자세, 커다란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다.
'붉은 망토(red cloak)'와 '검은 모자'는
순수함과 경건함,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을
상징하고 있다.
화가는 실제로 자신의 딸, '에피 밀레이'를
모델로 삼았다.
그 일 년 뒤에 완성한 '나의 두 번째
설교(1864)'는 같은 소녀가 교회에 나와
두 번째 설교를 듣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고, 지루해하며, 졸고
있는 모습이다.
모자는 벗어 옆에 두었고, 얼굴에는
'익숙함'과 '권태'가 묻어 있다.
이 변화는 인간이 신앙과 순수함에서
일상과 습관으로 변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밀레이는 라파엘 전파의 창립 멤버로서
사실주의적 묘사에 뛰어났다.
두 작품은 동일한 인물, 같은 구도,
같은 장소를 사용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설교가 '순수한 신앙의 탄생'을
그렸다면, 두 번째 설교는 '신앙의 일상화',
또는 '순수의 상실'을 은근히 풍자한 것이다.
그 당시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풍조,
아이의 도덕 교육, 여성의 신앙적 역할을
은근히 비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붉은색 망토'는 신앙의 열정에서 습관으로
밀레이가 두 그림에서 모두 사용한 핵심적인
상징물이었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생명력, 열정, 의지를
나타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내면의 각성 상태'를 반영하는 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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