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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에서 본 색의 정치학

커피가 끓는 시간

by 남궁인숙


커피는 향기로 시작해 권력으로 끝난다.

영화 〈가비〉는 커피 한 잔이 어떻게

한 나라의 운명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드문 작품이다.

따뜻한 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은 단순한

향이 아니라, 조선 말기 서양 문물이

스며들던 혼란의 공기를 상징한다.


영화 초반, 은장도처럼 날 선 찻잔이

등장한다.

그 속의 커피는 짙고 불투명하다.

검정이란 색은 단순히 어둠의 색이 아니라,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세계의

색이었다.


왕실에 처음 들어온 커피는 '

사치이자 위협'이었다.

서양의 문물이 향기로운 유혹으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는 제국의 그림자와 권력의 냄새가

함께 들어 있다.


검은 커피는 근대 문명의 미지(未知),

유혹과 불안이 공존하는 색이다.

짙은 갈색 톤의 조명과 유리잔의 반사광은

서양식 권력의 도래를 시각화하였다

(참고: 박은주, 2020, 〈한국영화 속

커피의 문화적 상징〉, 영상예술학 27권 3호)


커피가 왕에게 오르는 순간,

화면의 색은 바뀐다.

검은 액체가 금빛 잔에 담기면서

권력의 색이 된다.

그 색은 붉은 벨벳 의상과 맞물려

지배와 욕망의 시각적 은유로 작동한다.

커피는 서양과 동양, 신하와 왕,

인간과 권력 사이의 관계의 매개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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