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예쁘다고 해서
그림이 비싸지는 것은 아니다.
'Gum Blossom'을 그린 마가렛 프레스턴의
작품이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미감보다 컬러의 선택에 있었다.
이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컬러는
꽃의 강렬한 오렌지 빛이다.
부드러운 분홍도, 로맨틱한 빨강도 아니다.
불꽃처럼 터지는 오렌지는 컬러 심리에서
에너지, 생존, 주목성을 상징한다.
편안함보다는 각성에 가깝고,
감상보다는 행동을 유도하는 컬러다.
그래서 광고, 스포츠, 세일 태그에 자주
쓰인다.
마가렛 프레스턴은 이 오렌지 빛을 꽃의
장식성이 아니라 호주의 기후와 토양,
강인함의 컬러로 사용했다.
보는 순간 '예쁘다'가 아니라 '강하다'라는
인상이 먼저 온다.
배경의 컬러 선택도 계산되어 있었다.
꽃을 받치는 검은 화병,
절제된 녹색 잎,
톤을 낮춘 배경 컬러 등의 이러한 조합은
오렌지 빛을 더 공격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컬러 마케팅의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강조하고 싶은 컬러 하나를 위해
나머지 컬러는 배경 속으로 물러난다.
이 그림에서 오렌지는 브랜드 로고처럼
작동한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고, 다른 꽃과 쉽게
구별된다.
마가렛 프레스턴이 한 일은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국가의 컬러 아이덴티티를 만든 것에
가깝다.
호주는 더 이상 유럽의 연장선이 아니라,
자기 컬러를 가진 땅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인테리어용 꽃 그림이
아니라 브랜딩 이미지였다.
컬러는 감정을 움직이고,
감정은 가치를 만든다.
'Gum Blossom'의 가격에는 안료 값이
아니라 컬러가 만들어낸 인식의 값이 들어
있었다.
예쁜 컬러들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컬러는 드물다.
마가렛 프레스턴은 그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https://suno.com/s/6KggIvI3ocAfnE2t
1
꽃은 말이 없고
컬러가 먼저 터져
숨기던 마음이
오렌지로 남아
예쁘지 않아도
나는 지금
피어
2
꽃은 말이 없고
컬러가 먼저 터져
숨기던 마음이
오렌지로 남아
예쁘지 않아도
나는 지금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