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쓰레기

by 남궁인숙

당장 예쁘고 갖고 싶은 물건이지만

막상 집에 들고 가지고 오면 놓을 곳도 마땅치 않고

나중에 버리기도 아까운 물건들......

--- 김승호 회장, 돈의 속성 중에서 ---


친구들과 모임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한 친구가 갑자기 '예쁜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제는 물건을 살 때 쓰레기가 될 것들을 생각해 봐야겠더라."라고 한다.

" 대기 중에 떠도는 이산화 탄소의 양이 많아지면서 대기의 기온이 높아져서 북극곰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간다고 하니 무척 심각한 상황이야."

"맞아, 쇼핑하고서 집에 가져가 보면 쓸모없는 것들도 너무 많아."

"결국 집에 가서는 상자도 열어보지 않은 채 창고로 들어가는 물건들도 있어."

"특히 홈쇼핑에서 파는 요리도구들이야."

"홈쇼핑에서 요리도구를 판매하면 나도 금방 요리사가 될 것 같은 마음에 현혹되어 요리도구를 사지만 사용도 하지 않고, 박스도 뜯지 않은 채 창고에 넣어두곤 하지."

"특히 어쩌다 고기 구울 때 쓰는 그릴 같은 거는 설거지가 싫어서 잘 안 쓰잖아......."라고 한다.

"고급 식기류들 말이야. 외국 브랜드들은 너무 예뻐서 접시나 커피잔 등을 방송에서 선전하면 사고 싶잖아. 아무리 예뻐도 결국에는 자리만 차지하는 쓰레기가 되더라."

"쓰레기는 버려야 정리가 되고 깨끗해져."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를 친다.



친구들은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신 후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서 코로나 상황도 좋아졌으니 오래간만에 백화점에 들러서 윈도쇼핑으로 시간을 보내자고 하였다.

예쁜 소품 가게를 라운딩 하면서 물건을 하나, 둘씩 손으로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별로 나에게 소용이 없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딸에게 선물해야겠다고 하면서 계산대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머리핀과 손수건, 예쁜 소품, 파우치, 핸드크림 등을 사고 있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너 딸내미는 그런 것 안 좋아할걸? 애들은 그런 거 안 좋아해. 너나 예쁜 거지...."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도 너무 예쁘다면서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고 포장을 해서 가지고 나온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딸내미에게 엄청 잔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도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낭비되는 재료들이 너무나 많다.

자료실에 들어가 보면 몇 년 묵은 재료들이 쌓여있지만 교직원들은 그것을 다시 꺼내 사용하지 않는다.

똑같은 교구를 만들더라도 새로운 재료를 주문하여 사용한다.

그것을 뭐라고 할 수 없어서 '있는 있는 재료 활용해 보세요.'라고 말은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

날마다 쓰레기봉투에 터지도록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보면 재활용해도 되는 재료들이 많이 들어있지만 일일이 잔소리를 해서 고약한 상사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다.

만들어서 아이들의 학습교구로 사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신발 가게 앞에서 발길이 멈춘다.

신발을 신어보고 싶어 하는 눈치를 매장 안내원은 알아차리고서 매장 안으로 이끌면서 신발을 벌써 발에 신겨준다.

신발 몇 켤레 신어보고, 미안함에 바로 매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못 이기는 척 정말 예쁘다는 안내원의 말과 함께 손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재화덩어리인 카드로 결제된 신발이 든 쇼핑백이 들려있다.

생필품 천국인 지하상가로 내려와서는 푸드코트에서 풍겨져 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에 한입 드셔보라는 매대 위의 시식코너를 지나칠 리가 없다.

'저녁 식탁에 된장찌개라도 끓여 올리려면 감자도 있어야 하고 두부도 있어야 하지?'

나는 집에 있는 냉장고 속 식재료는 생각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식재료들을 골라 생필품을 가득 사고 있었다.

쇼핑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건만 양손 가득 무거워서 들고 가기도 어렵게 쇼핑을 했다.


집에 돌아와서 박스를 열고 신발을 꺼내어 신발 속에 들어 있는 종이뭉치를 정리하니 쓰레기가 더미를 이룬다. 신발을 넣으려고 신발장을 열어보니 기존에 있는 신발과 재질과 색깔, 디자인도 겹친다.

아무리 예뻐도 결국 신지 않으면 쓰레기가 될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예쁜 쓰레기에 현혹된 셈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것은 결국 쓰레기라고 했는데.......

난 오늘도 쓰레기를 돈을 주고 구입한 셈이다.

쓰레기를 사러 쇼핑하러 나간 것이다.


아들은 "엄마. 오늘 저녁은 쟁반국수에 훈제족발 시켜 먹어요!"라고 한다.

"좋아......."

저녁 식탁에 올리려고 사 온 식재료들을 자연스럽게 냉장고 야채박스에 넣어두었다.

한동안 냉장고 야채박스에서 굴러다니다가 썩어서 버려지겠지.......

예쁜 쓰레기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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