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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 Dec 27. 2016

두평짜리 소설

17호-방귀는 사랑을 싣고

오늘의 일기.


<발단>

퇴근 시간을 좀 넘긴 지하철.

내 앞에 커플 두 사람이 앉아 있다.

1인 같은 2인으로 앉아 있다.


<전개>

1과 1/2의 공간에 사이 좋게 포개어진 그들의 손.

남은 자리 1/2은 여백의 미를 자랑한다.

꽤나 다정하다. 잡은 손에 나머지 손도 포개어 꼭 잡고 만지작만지작....


<위기>

그런데 남친이 한 손을 빼서 폰을 보는 사이 여친이 콧속을 청소한다.


<절정>

남친이 손을 다시 잡다가 뭐라고 한다.

여친이 조금 민망해한다.

밉지 않게 재빨리 이물질을 닦는다.


<결말>

이내 손을 다시 잡는다.


#사랑 #더럽


- 만약 쭌이 내 앞에서 방귀를 뀌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생판 남인 사람과 방귀를 트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 혼자서 텄다. 난 그저 옆에 앉아 있었다. 그가 엉덩이를 살짝 들길래 설마설마 하는 찰나 뿡♬ 하고 방귀를 뀌는 게 아닌가. 이런 짱구 같은 사람을 봤나.

충격받은 상황에서도 기를 모아 공부를 하는데 또 뿡♬ 하, 이쯤 되면 방귀대장 뿡뿡이.

이런 방귀 따위 평생 안 텄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서로 덜 민망할까. 그냥 살짝 핀잔을 주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척해 주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서로 의도치 않게 터버린 상황이 발생하면 둘 다 동공지진 후 침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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